[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빗장이 풀리면서 제주 관광업계가 들썩이고 있으나 한편에선 자조 섞인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찾은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한 화장품 판매점은 중국어가 가득 쓰인 안내문을 곳곳에 붙이고 있었다.

이곳 직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올 예정이어서 구입 안내문을 써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이 풀리며 외국인 손님이 조금씩 찾고 있는데 씀씀이가 큰 중국인들이 단체로 찾아온다고 하니까 매출 성장이 기대 된다”고 웃었다.

이처럼 중국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6년여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해 그간 제주관광의 ‘큰손’ 유커를 맞이하지 못했던 외국인 관광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코로나19로 2021년 17만명에 그친 중국인 관광객이 올 상반기엔 55만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방한 중국인이 2016년 수준(807만명)까지 회복할 지 주목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 만에 재개된 만큼 예전과 같은 상점가 호황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소규모 상점가 보다는 고급 호텔·리조트 주변 대형 점포 위주로 경제 파급 효과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누웨마루 거리 곳곳의 소규모 상점들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의 어려움을 입증하듯 한 상점 입구에는 전기와 수도 공급이 중단된다는 경고문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조금씩 찾고 있지만 상점가가 살아나는 분위기는 아니”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문을 닫은 상점 여러 곳이 몇년 째 공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새로 들어오려는 업체도 없다. 중국인 단체관광이 본격화된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봄이 올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