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전아람 기자]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가 한창 진행중이나 도민 2명 중 1명은 아직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 과정의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가 지난 5월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

 도민참여단은 이날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와 용역진이 설명하는 6가지 행정계층 모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제주에 적합한 행정체제를 도출하는 숙의과정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이달초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2차 도민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숙의토론회 현장에서 여론조사가 공개된 것은 도민참여단이 행정체제 모형을 결정하기 전 사전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게 행개위의 설명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민들은 ‘새로운 행정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49.9%가 ‘알고 있다’로 답했다. 50.1%는 ‘모르고 있다’고 응답, 지난 1차 여론조사 당시 38.2%만이 안다고 답한 결과보다는 인지하고 있는 도민이 늘었다.

2~30대는 ‘모르고 있다’는 비율이 70%를 상회했으나 50대 이상에서는 현 진행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비율이 65%를 전후하며 훨씬 높았다. 동지역보다는 읍·면지역에서, 제주의 거주기간이 길수록 알고 있다는 비율이 컸다.

 전체 응답자의 57.3%(458명)는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19.1%(153명),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23.6%(189명)으로 나타났다. 여성(52.8%)보다는 남성(61.6%)이, 50대(69.0%) 연령층에서가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더욱 긍정했다.

 개편이 불필요하다고 한 응답층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을 위해서 현재 단일광역체제가 유리하다’고 한 비율이 26.8%로 가장 높았다. ‘현 행정체제에 대한 불만이 없다’가 26.1%, ‘행정체제 개편으로 더 큰 갈등이 발생할 것 같다’가 22.9%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기초자치단체 설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55.4%(443명)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24.1%(193명), ‘잘 모르겠다’가 20.5%(164명)이었다.

 기초단체 설치가 필요한 이유로는 51.5%가 주민직선제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를 선출하면 주민참여성 강화와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답했다. 뒤이어 도지사 권한 분산 23.9%, 행정시장 자치권 불행사 한계 12.9%를 이유로 들었다.

 반면 불필요하다는 응답자들은 ‘인구, 면적 규모상 단일 광역단체로 충분하다’는 비율이 41.5%로 가장 높았다. 기초단체 설치에 따른 비용 소요가 24.4%, 기초단체장과 달리 기초의회를 선출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15.5% 였다.

▲ 지난 19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 과정 중 하나인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가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이달초 실시됐던 제2차 도민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전아람 기자

기초 유무 따라 ‘시군구 기초단체’·‘행정시장 직선제’ 선호

 기초단체를 설치시 가장 적절한 행정계층는 ‘시군구 기초단체(56.7%)’, ‘시읍면 기초단체(22.5%)’, ‘의회구성 기초단체 (12.2)’순으로 꼽았다. 기초단체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행정시장 직선제(56.0%)’, ‘행정시장 의무예고제(23.8%)’, ‘읍면동장 직선제(12.5%)’로 답했다.

 지난 3월부터 지역순회 도민경청회가 두차례나 진행되며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초단체 도입 논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비율이 절반에 달한다.

 오영훈 도정의 대표정책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도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저조한 관심과 낮은 이해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일고 있다. 아직까지 ‘도민 자기결정권’ 행사를 대의를 삼은 행정체제개편을 도민들이 실상 충분히 쟁점을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아 ‘너무 서두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는 상태다.

 다만 첫 도민여론조사에 비해 현 진행상황을 안다고 한 비율이 늘었고, 오는 9월 행정구역 조정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 행정체제개편 체감도가 훨씬 높아져 더 활발한 논의가 펼져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행정체제개편 로드맵상 9~10월 동안 구역획정, 개편종합안 도출이 예정된 만큼 이와 관련한 도민사회의 관심도는 더욱 구체적으로, 논쟁수위도 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2차 여론조사는 지난 5~11일 도내 거주 18세 이상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 ±3.4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