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술을 먹고 집까지 걸어가던 중 춥다는 이유 등으로 119 구급대를 호출하는 ‘비양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문제다.

30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제주지역 119 구급대 출동 건수는 2021년 5만6724건, 2022년 6만3585건 등 매년 수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이송 불필요나 신고 취소, 환자 없음 등 이유로 구급대가 출동했으나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건수는 2021년 1만9953건, 2022년 2만1933건 등 전체 출동 건수의 약 35%를 차지, 인력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술을 마시고 병원 이송을 요구하거나 외래진료를 가기 위해 119 구급대를 부르는 이른바 ‘비응급환자’에 대한 출동 건수도 전체 출동 건수 중 1.2%나 됐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4월 새벽시간대 술에 취해 길을 걷던 A씨는 추위를 느껴 119에 신고를 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며 시내까지만 태워달라는 황당한 요청을 했다.

B씨는 병원 외래진료 예약이 돼 있다며 119에 병원까지 이송해달라고 요청했으며, C씨는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집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 따르면 비응급환자의 경우 구급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신고 접수 때 응급과 비응급 상황을 판단할 수 없어 일단 119구급대가 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응급 신고에 일일이 대응을 하다보니 실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자칫 출동이 늦어질 수 있다.

급기야 제주소방은 비응급 신고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김수환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장은 “비응급 신고 한 건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119구급대가 응급한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해 귀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