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일제 강점기 때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떠난 재일제주인들이 고향에 전한 애틋한 마음이 세월이 지나 희미해지고 있다.

제주도는 7일 제주대학교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있는 ‘재일제주인 기증물 실태조사(제주시 동부지역)’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5월 23일부터 12월 말까지 제주시 동부지역의 재일제주인 기증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시 동부지역(마을·학교) 재일제주인 기증 실적은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912건·27억7898만원에 달한다.

이 중 현금 기부가 1192건·23억9433만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1960~1970년대 동정심과 애향심에서 벗어나 경제적 성취에 대한 보람, 사회적 위신과 명예 등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현금 기부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도민 생활 개선과 제주 지역 경제적 발전을 위한 현금 기부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일제주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물적 지원을 이어갔다.

재일제주인들이 고향에 전한 현금은 마을 사무소와 학교를 짓는데 사용됐으며 삼성혈주차장 부지매입비, 우당도서관 도서 구입비로도 사용됐다.

특히 연구진 조사 결과 제주시 동부지역 마을과 학교에 1만1507개의 기증품이 전달됐는데 품목은 감귤 책자나 연필, 녹음기, 카메라, TV, 석유 난로, 도서 등으로 다양했다.

일부 재일제주인은 고향 후학 지원을 위해 토지와 현금 뿐 아니라 피아노, 현미경 등 교육 기자재까지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재일제주인이 기부한 물건이 다수 고장이나거나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진이 마을별 기증물 실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증물 313개 중 절반 이상인 221개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기증물은 73개에 불과했다. 12개는 변형된 상태로 남아있었고 5개는 사진 기록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진들은 스토리텔링 등을 통한 기증물 보존에 대한 고민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