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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구범 도지사님,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한동주  |  전 서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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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08  17: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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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제29대, 제31대 제주도지사를 지내신 고 신구범 지사님의 부음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비록 긴밀한 인간관계를 가져 본 적은 없지만, 부하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들과 어쩌다 오해받은 사건이 주르륵 생각났다.
 
 언론에서는 신 전 지사님의 굵직한 주요 공적들이 소개됐지만, 그 외에 제주 공무원 사회의 의식변화에 끼친 역할을 더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어쩌면 ‘우-신 갈등’에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지사님에게 받았을 오해를 풀고 싶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아쉬움이 변형되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993년 12월 관선 도지사로 부임하신 뒤 얼마 후, 당시 지역경제국장님이 “지사께서 수출품목에 대한 종합매뉴얼을 수립하라고 한다”고 해 모두 난감해 했었다. 수출업무라야 당시 상정계장이던 내가 농수산물 몇몇 품목의 수출실적을 해당 과에서 매달 수합, 집계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무려 1개월을 낑낑대면서 뭔가를 만들어냈더니, 국장님이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집행해 가면서 보완하라고 한다”면서 다행스럽다는 표정으로 웃으셨다. 
 
 1994년 초, 신 전 지사님은 제주도 공무원 능력강화를 위해 ‘외국 장기연수 파견제도’를 발표하셨다. 나는 외국 파견자격인 서울대 영어시험을 통과해 1995년 미국 하와이주의 TOKAI 대학에 1년간 파견돼 ‘하와이 관광정책’을 공부했다. 현지 교수들이 “영주권 추천서를 써 줄테니 미국에 남아라”고 했지만 가사 사정상 돌아왔는데, 그 때 파견 경험은 두고두고 공무원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귀국 후 첫 보직으로 국제교류계장을 맡았는데, 복도에서 만난 당시 관광국장님이 “자네를 데려오려 했더니, 지사님이 따로 쓸 데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교류가 끊어져 있던 해외 자매결연지역(하와이, 발리, 오키나와, 하이난)과 교류협력지역 지방정부들과 소통창구를 다시 열고 그 곳의 상징물들을 받아 도청 본관 2층에 ‘해외교류센터’를 개설했다. 당시 도청 본관 사무실 출입문들은 전부 철제 출입문이었는데  해외교류센터에만 강화 유리문을 따로 설치했었다. 그 곳을 둘러본 신 전 지사님은 곧바로 모든 사무실에 강화 유리문을 추가해 철문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도록 지시하셨다.
 
 또 당시 외국에 보내는 공문의 영어번역은 미국인 직원 故 Dustin교수(미로공원 개설자)가 했었는데, 신 전 지사님이 외교부 프로토콜에 따르라면서 전부 퇴짜를 놓아 당황스러웠었다. 하지만 그 후부터 외교부의 자료를 얻어 공문에서는 공식 용어와 문장을 사용하게 됐다.
 
 그 당시를 전후해 종전 관행으로 행정사무관의 자리였던 농업, 수산업, 축산업 과장 직위에 관련 기술직 사무관들이 승진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신 전 지사님이 농림수산부 출신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행정사무관 고참에 속했던 나로서는 실망이 컸었던 사건이었다. 신 전 지사님은 또 이자가 아주 싼 일본의 ‘사무라이 펀드’를 유치해 도내 구석구석 도로망을 확충하는 기발한 발상도 실행에 옮기셨다.
 
 지난 2002년 내가 문화예술과장이던 당시 모 도지사의 ‘집무실 추문 사건’이 생겨 국제교류계장 시절의 부하직원이 내게 찾아와서 털어놓은 내용에 대해 확인서를 받아 달라는 모 도지사측 인사의 부탁을 들어준 적이 있다. 결국 그 확인서가 신 전 지사님께 문제가 됐고 신 전 지사님이 그 내용을 내가 조작한 것으로 오해(?)한다는 것이었다. 지사님! 그 확인서는 작성자가 스스로 작성해 봉인한 것이었고, 저는 전달만 했을 뿐 어떤 내용인지 전혀 읽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저에 대한 오해는 푸시고, 천국에서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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