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최지희 기자] 

최근 제주지역 모 고등학교 학생이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해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학교측이 피해자일 수 있는 여교사들에게 가정방문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22일 성명을 통해 “학교 교장·교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제주도교육청의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A고교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서 교사가 바닥에 놓인 갑티슈 안에 불법촬영 기기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관련 학생 B군이 자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A고교 교감은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2명의 여교사에게 가해 학생 B군의 가정방문을 지시했다.

이번 가정방문으로 교직 3년 차 여교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 진단을 받고 출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여교사를 성범죄 피의자인 학생의 가정에 보내는 위험한 상황에서 SPO(학교 전담 경찰관)의 동행 등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가정방문을 지시한 것은 업무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성범죄 대응의 가장 첫 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이며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이다. 해당 고교 교감의 대응은 본인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여교사를 보호하지 않고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일 이 사건에 대한 조합원 제보 이후 도교육청과 학교측에 피해 여교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및 피해교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15일이 지난 현재까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철저한 사안 조사와 2차 피해 예방 및 재발 방지 조치가 없을 시 노조 차원의 추가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