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내 한 호텔에서 발견된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주로 이용되는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가 제주도내 호텔까지 침투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법체류자 신분인 20대 중국인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제주시내 호텔에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무단으로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해외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발신 번호인 것처럼 바꿔주는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주로 이용된다.

경찰은 발신 번호 조작이 의심된다는 통신사 신고로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달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제주시 연동의 호텔 2곳 객실 서랍장과 의자 아래에서 중계기를 발견했다.

발견된 중계기의 모양은 일반 인터넷 중계기와 흡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 등 분석을 통해 호텔 객실에 중계기를 설치한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해당 기기를 설치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A씨는 누군가 클린하우스에 기기를 두고 가면 이를 수거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장치를 전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A씨는 장치 설치를 지시한 이의 신분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진술에 따라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기기 설치를 지시한 인물에 대해 추적할 방침이다.

한편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운영한 20대 남성 B씨가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제주 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무인도나 견사 등에서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가 발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