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최지희 기자] 

“그해 여름 나는 잠을 자다가 깨어나 수많은 밤, 찬물을 날바다 바가지로 끼얹었다.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인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뜨거워졌다. 찬물을 끼얹으면 내 몸에서 ‘파스스’ 숯이 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찬물이 몸을 타고 내려오면 발바닥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진영숙 작가가 최근 첫 번째 수필집 ‘가을  순’을 펴냈다.

1부 꼬부기와 폼생이, 2부 껍질을 깨는 아이, 3부 여뀌와 메꽃, 4부 커플 운동화, 5부 가을 순으로 총 4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안성수 문학평론가는 “ ‘가을 순’의 후반부는 어머니와 사별 후 갑작스레 갱년기 증상이 찾아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고백한 장면이다”라며 “그의 문장은 상투적이지 않고 풋풋해 신선한 이야기의 길을 낸다. 게다가 꾸밈없는 솔직담백한 문장들은 진실성의 밀도를 높이고, 체험의 깊이와 울림의 질을 높이도록 돕는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