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문학 36집 표지.

서귀포문인협회(회장 정영자)의 회원작품집인 ‘서귀포문학’ 36집이 나왔다. 이번 작품집은 올해 ‘서귀포 문학상(13회)’을 받은 강영은 시인의 작품, ‘제2회 칠십리 문학상;을 받은 김효선 시인의 작품 등을 실어 여느 때보다 풍성하다. 

반해, ’한기팔 시인 추모 특집‘에 이르면 불과 두 달 전인 10월6일 장례를 마친 시인의 기억으로, 먹먹한 글 읽기로 들어간다. 이번 호 실은 추모글에는 장례식 때 낭독됐던 조사와 조시, 애도사 외에 문인들이 여름에 자리횟집에 모이면 애창하는 ’자리물회‘ 등 10편의 시가 실렸다. 시인은 화가이기도 했으므로 평소 그렸던 그림도 함께 편집됐다. 

서귀포문협을 함께 창립했던 원로 강문신 시인은 ’애증의 35년...아, 한기팔 선생님‘이라는 추모의 글에서 한기팔 시인을 넉넉하고 구수한 성품으로 회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역시 올해 작고한 수필가 오태익 선생을 추모하는 특집도 꾸며 문인들의 연민의 정을 함께 나누고 있다. ’착각 한 사발‘, ’저인망 데이트‘, ’균형‘ 등 생전 깔끔하고 정감있는 글로 독자들을 흡인했던, 부지런했던 에세이스트의 글을 보는 마음이 좀 허전하다.

회원작품들도 옹골차다. 시는 강방영의 ’학대받는 아이들‘ 등 18명의 시인의 시가 선보였다.. 시조 또한 송인영의 ’가시리 유채꽃‘ 등 6명의 시조시인의 시조로 엮어졌다. 수필은  강문상의 ’새로 탈출‘ 등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특집으로 ’서귀포시 마을 탐방‘이라는코너를 만들어 특징이 있는 마을을 탐방한 수기를 담아 꾸몄다. 에세이 형식으로 꾸민 것이 특징인데, 원로 시인 강중훈의 ’다시 부르지 않으리, 추억 속 그 노래- 오조리‘ 는 일출의 장관이, 앞뒤를 구태어 매긴다면 제주 제1경(第一景)인 곳을 소개하면서 남모르게 간직해 왔던 ’슬픈 4·3의 역사‘를 ’폭로‘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4·3의 끝‘이 ’해원과 상생‘일진대, 이 글을 읽으며 원로 시인 또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헤아려 보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시조시인 강영란의 표선면 세화1리 탐방 글인 ’그리움이 시작되는 곳‘은 고향인 마을을 돌아보며 추억을 회상해 보는 글이다. 유머스럽지만 작가가 유머속에 숨겨 표현하지 않는 페이소스를 다소 맛보게 하는 글이기도 하다.

정영자 회장은 권두언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작가에게 눈물이 없다면, 독자에게 눈물도 없다. 작가에게 놀람이 없다면, 독자에게 놀람이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회원 여러분의 눈물과 놀람이 풍부한 글쓰기를 부디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