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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객담(客談)...70세라는 이상한 나이
강정만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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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25  09: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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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나이를 만으로 셈하기로 막 했지만 최근까지 1월1일만 되면 무조건 한 살을 더했다. 어릴 때 설날이 다가와서 “나도 어른이 빨리 되고 싶다”는 소망은 섣달이 되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로망 같은 것이었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하고 싶은 것을 내 맘대로 했으면 하는 철없는 바람이었으리라.

 나이를 먹는다는 게 좋은 것보다는 성가실 게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때가 아마도 30세가 지나면서가 아닌가 싶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라는 팻말을 붙인 어느 날부터 그 텃밭을 보호하고 가꿔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지니 나이가 돌등짐 마냥 헉헉거리게 만들었다. 설익었을 때는 천방지축이어도 그저 나이가 어리니 그런 모양이라고 틈틈이 이해라도 받고 살았지만 나이를 먹으니 “그 값 하라”는 등쌀이 온 신경을 긁어댔다. 

 그럭저럭하는 사이 70세에 이르렀고, 그걸 어찌어찌 넘겼고, 또 한 살 괜스레 넘기려고 한다. 70여년의 세월과 나이 사이 벽틈에서 헤매다가 이제 결산 들어가니 앞에 마이너스 기호에 빨간 숫자 천지다. 이제 본때를 보일 늙음은 여기 이미 와있고, 회한은 하루가 다르게 크기를 더해간다. 까칠했던 성격은 몽근 연필심 마냥 뭉툭해졌다.(이건 자랑이 아니고 부끄러움이다.)  

 스케치북에 꺼끌꺼끌한 선을 그리다가 나잇값 하느라 두루뭉실한 선을 그릴 수 있어서 다행감을 가지기는 하나, 비례해 말이나 행동이 굼뜨고 둔해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활력이 없어졌다고 하든지, 막 덤비던, 한 성깔 한다고 흘김받던 그 성격은 개 주어 버렸냐고 하는 이도 있다. 감정은 더 여려져 비감 만발한 트롯 노래를 티브이에서라도 들을 때는 눈물이 나서 빨리 눈가를 훔쳐낸다. 

 늙어도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덜 늙더라는 신문기사도 봤지만 이 구석 저 구석 ‘수선공사’ 견적이 녹록지 않은 나는 그런 생각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70세라는 것을 남의 나이로 헷갈릴 때가 있는데, 주변 또래의 아는 친구가 매우 크게 아팠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그 친구 나이가 70세라는 것을 기억 해내고 나는 그 나이가 안된 것처럼 “저 친구는 이제 저승 티켓을 끊고 있나” 하고 생각하고 만다. 착각의 기쁨은 자기는 늙지 않고, 남만 늙고 있다고 생각할 때 최고조다. 이런 미망에서 헤매다 제정신을 차리고 나도 70인걸하면 소름이 돋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내 나이 70인데, 누가 무엇이 두렵느냐고 묻는다면 죽음이라고 답변하려 한다. 세상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고 행동으로 보여준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도 있고, 내 존경하는 일본의 저널리스트이며 철학자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선생도 80세에 지병으로 병원신세를 지면서도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고, 담담하게 눈을 감았다. 

 몽테뉴도 이런 말을 했다. “죽음이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으니, 어디서든 죽음을 기다리자.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은 자유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 상태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생명의 상실이 나쁜 것만은 아님을 깨달은 사람에게 인생에서 나쁜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죽는 법을 알면 모든 예속과 속박에서 벗어난다.”<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고봉만 엮고 옮김/ 책세상(2019) 126쪽>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저렇게 심상함은 무릇 ‘단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나도 저 철학자들의 뒤꿈치 자국만이라도 흉내 내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설쳐보지만 두려움을 없애지는 못한다. ‘달관(達觀)’ ‘대오(大悟)’에 이르지 못한 쭉정이 70 노인은 다만, 잔뜩 겁먹은 자의 심정으로 두려움과 맞서보는 게 고작 비틀어 짜낸 수다,

 이 나이에 현업에 있다고 주변 사람들이 약간 놀란 척한다. “그 나이에 일을 하다니 대단하다.” 하는 정도의 상투적 덕담이지만, 누구든 71세 된 노인이 일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비록 체력과 지력이 간당간당하지만 방구석에서 티브이 종편 리모콘에 손때를 묻히고, 노인당에 나가 장기나 두기에는, 나에게는 매몰된 투자비용이 너무 서럽다. 

 그럼 도대체 70세라는 나이는 뭐란 말인가. “하루하루를 우왕좌왕하는 노인이냐?” 아니면 103세의 김형석 교수가 했다는 말대로 “인생 황금기를 맞이한 노인이냐?” 답을 찾지 못한 채, 험상궂은 세월을 간신히 넘어온 노인의 우수(憂愁)만 세밑으로 가는 길을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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