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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3! 독자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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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28  16: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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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문다. 수많은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고 걱정과 안도가 서로 맞물리는 길에서 제 갈길을 찾으며 걸어가야 했던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1년의 보람과 성취를 떠올려 보지만, 돌아보면 많은 시간이 허비됐고, 많은 힘을 쓸데없이 소비했다. 어느 해의 삶이 이보다 더 어려웠을까.

코로나19의 시간은 끝났으나 그 후유증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그 뒤 끝에 우리가 마주한 것은 힘듦, 고달픔, 그리고 소진이었다. 이것들은 우리를 2023 한 해 동안 옭아맨 채 망령처럼 배회했다. 

제주도민의 삶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달라진 것은 ‘마스크를 벗은 것’외에 거의 없다. 경제적 삶은 인플레와 불황으로 더 팍팍해졌고, 편가르기와 이념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는 도민의 삶을 어루만져주지 못했다. 지방정부 또한 도민을 위해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도 모른 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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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이 침묵하면 ‘사이비’가 판을 쓸 듯, 제대된 정치의 문법은 자취를 감춘다. 여의도의 ‘양아치 문법’이 급기야 정통문법으로 똬리를 틀 지경까지 이르렀다. 여성차별의 극치라 할 ‘암컷’이라는 욕이 범상하게 얼마 전까지 국회의원을 하면서 일년 1억원이나 넘게 녹을 받던 그런 자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게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국회의원의 깜냥이고, 나라 수준이다. 

난잡해진 정치에는 잡것, 사깃꾼, 난봉꾼, 야바위꾼까지 끼어들었다. 죄를 짓고 재판을 받고 있는 정치인치고 “제가 잘못했습니다”며 뉘우치는 자 없었다. ‘독재정권의 탄압’이라는 포장, 발뺌, 변명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우리는 어지러웠고 고달팠다. 국민에게 익숙하면서 반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독재’라는 단어의 폭발력은 실로 대단하다. 제가 돈 먹고 구메밥 먹는 것도 ‘독재권력’ 때문이다. 국회의원인지, 시중의 풍자대로 ‘국해(國害)의원’인지 국민들은 분간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의 눈에는 ‘도둑’이 우글거리는 어떤 ‘소굴’처럼 비춰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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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수평선에 그러나 한 척의 배가 떠올랐다. 절망 가운데서 우리는 구원의 장비를 싣고 나타난 저 먼 곳의 배 한 척을 본다.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젊은이, 80대 부부를 화재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자기몸을 화마에 내던진 젊은 소방관 이야기는 풍랑으로 거칠어진 이 바다에 나타난 ‘구조선’이다.  

20대 청년 구경호씨와 임성철 소방장 이야기다. 구씨는 지난 8월 7일, 공장에서 작업 도중에 추락 사고로 뇌사상태가 되자, 심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그 청년의 부모가 아들의 버킷리스트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기증 결심을 하고 이뤄진 일이었다. 그의 천진난만한 생전의 사진 한 장을 기사와 함께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화재로 위기에 빠진 80대 부부를 살리고 자신은 미쳐 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소방관의 이야기도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 이 세밑 ‘참다운 삶’의 길을 안내한다. 임성철 소방장의 이야기로, 임 소방장은 지난 12월1일 새벽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택 옆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화재를 진압하다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가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 숨졌다. 거룩한 자기 희생이었다. 

우리는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삶 속에서도 이런 자기 희생적 젊은이들이 있다는 데 안도한다. ‘난파’되고 있으면서도 곧 구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그래서 세상을 긍정하는 것이다. 2024년은 제발 ‘살아 볼 만한 해’가 되기를. ‘살아갈 가치’가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한다. 독자 여려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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