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무고한 제주도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이 뒤늦게 규명되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최근 제69차 회의를 열고 고(故) 김두홍씨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재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김 씨는 친척의 초청으로 1980년 4월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체류하던 중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의 또 다른 친척을 만났다는 이유로 1982년 7월 20일 영장 없이 옛 제주경찰서에 강제 연행돼 17일 동안 구금된 후 조사를 받았다.

더구나 김 씨는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평소 그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김 씨가 조총련 인사를 만나 간첩행위를 했다는 허위 밀고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4일 간 잠을 자지 못하는 등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허위 진술을 해야 했던 것을 확인, 김 씨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국가가 공권력에 의한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고문·가혹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진실화해위의 결정에 고 김두홍 씨의 유족 측은 잘못된 판결을 뒤집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국가가 과거사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지 등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