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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정당성 가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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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1.12  17: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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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 용역 최종결과가 공개됐다.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이 완수돼 큰 문턱을 넘었지만 갈 길이 멀다. 민선 8기 도정이 목표한 2026년 7월 1일 신규 행정체제 실시에 따르는 수많은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밝힌 추진일정은 오는 4월 총선 이후부터 시작된다. 주민투표 실시, 기초단체 설치 준비 및 실행 과정에 속한 매우 복잡다단한 과정이 예고됐다. 
 우선 ‘제주형’이라는 정체성을 갖기 위한 제주만의 특이성과 특별성을 도출해 내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아 보인다. 기존의 시·군 기초와 다른 형태의 기초단체 형태를 채택하려면 국회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의 절충이 필수다. 기존과 다른 광역-기초 사무 배분방식을 찾고 이에 따른 조직을 꾸리고 행정행위의 근거가 될 자치입법을 갖춰야 한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재정배분 역시 설계돼야 하는데 현행 광역단층제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제도가 마련돼야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오영훈 지사가 행정체제 개편을 공약하며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관구성 특례 부분에 도민 수용성이 달려있다. 제주특별법과 지방자치법에 주민이 원하면 현행 기관대립형 지방정부와 다른 형태로 구성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자치단체장, 대의기관 직선제에 익숙한 국민들로서는 이를 대체할 다른 방식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행 행정시장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불만도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권한과 책임의 제한, 그리고 주민과의 거리감이었다. 오 지사도 기관대립형이 아닌 다른 지방정부 형태를 도입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적어도 기관구성에 있어서는 새로운 실험은 자제돼야 하며, 하더라도 완급조절은 필수다. 
 제주도의회는 주민투표 실시는 물론 새로운 행정체제를 설계하는데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할 중책을 맡은 기관이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가 된다. 기초단체가 설치되면 기존 도의원들에게 부여됐던 기초의원의 역할은 줄어들고 조직의 규모 자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지방선거 부터 광역의원수가 줄어들게 될 때 이해당사자인 현직 도의원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온전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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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주도민의 판단’이다. 새로운 제도에 수반되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상당 부분 제주도정과 전문가의 영역에 일임돼 있지만 결국 선택권은 도민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진행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 과정을 돌이켜 보면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다. 단층제·복층제로 대변돼 비교검토된 행정체제는 그간 도민들이 알고, 경험한 것 보다 더욱 복잡한 법적 문제와 하부 제도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추상적으로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반 도민들이 전반적인 제도를 이해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도민 사회에서 쟁점을 충분히 소화할 여유시간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행정체제를 바꾸자는 논의의 핵심 조차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다. 
 오 도정은 도민의 자기선택권을 위시로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지만 현행 특별자치도 도입시 문제가 됐던 ‘관 주도’의 한계는 이번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5년보다 나은 과정이 되려면 주민의 이해와 참여 수준이 차별화 될 만큼 달라져야 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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