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수 작-멈춤.

[제주신문=최지희 기자] 

비자림로에서 베어진 나무들이 기호가 돼 우리에게 사라져 가는 자연에 대한 경고를 전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승수 개인전 ‘기호화된 자연’이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후원으로 오는 2월 22일까지 문화공간 양에서 선보인다.

제주의 자연 속에서 자란 이승수는 오랫동안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이에 관한 작업을 이어 왔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도로 확장을 이유로 비자림로의 나무가 베어지는 광경을 보고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전시 주제에 따라 재료와 형식을 탁월하게 선택해 온 작가가 이번에는 비자림로에서 베어진 나무가 있다는 목재소에 가서 삼나무를 가져와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삼나무를 활용해 조각, 판화, 사진, 설치 등이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나무를 깎아 전기톱, 안전모, 타이어를 만들고, 표면을 불로 검게 태웠다. 

잘린 나무를 재료로 삼아 그 나무를 자른 톱을, 그 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안전모를, 나무가 잘려 나간 땅 위를 달리는 타이어를 만들었다. 

‘안전모를 쓴 나무’, ‘엔진 톱을 품은 나무’, ‘타이어가 된 나무’ 등 역설적인 작품 제목에는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다.

▲ 이승수 작-기호화된 풍경.

특히 수많은 나무판과 검게 태워진 나무 기둥 등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전하는 설치작품 ‘기호화된 풍경’은 얼마나 큰 나무가 베어졌는지, 어떤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미적인 태도로 작품을 감상하게 하면서 동시에 자연이 사라진 곳을 채우는 인간의 욕망을 멈추라는 신호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