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구제역이 발발하여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필자의 고향인 경기도 포천에는 구제역이 극심하여 거의 모든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전국에서 현재까지 살처분된 가축의 숫자가 100만 마리가 넘고 그 보상액도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매우 긴박하고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구제역 확산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교역량 세계 7위라는 대한민국, IT대국이라는 대한민국, 의료 환경 최적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 지경으로 가축의 전염병을 막지 못하게 됨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아니 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한우 4마리를 소일거리 삼아 기르고 계시고, 친구들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30년이 넘게 젖소를 기르고 있다. 그런데 어찌 함부로 그들의 근심꺼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일단 구제역 감염으로 판명되면 그 지역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소, 돼지, 사슴 등 모든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는 가축들을 살처분해서 매몰한다. 필자의 고향에서도 친구가 기르는 100마리가 넘는 젖소를 살처분하였고, 한 목장은 340여 마리의 젖소와 170여 마리의 한우를 살처분해서 매몰했다고 한다. 정말 눈물겨운 일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자식처럼 기르던 멀쩡해보이는 가축들을 눈앞에서 주사를 놔 쓰러뜨리고 그것도 가축들이 놀던 마당에 묻는다고 하니 이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살처분된 소들이 무덤 속에서 살아나 ‘웅웅’ 울어댄다고 하니 그 소리를 듣는 농부들의 마음은 얼마나 비통하겠는? 그러나 어쩌랴. 다른 집으로 전염될까 두려워 이동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문제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제 아버지께서 하소연의 전화를 하셨다. “소들은 예방접종을 맞아 괜찮은 것 같은데, 구제역 때문에 사료도 가져다주지 않고, 볏짚도 다 먹였는데 당장 먹일 것이 없어 소들이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말씀이다. 아버지가 아프시면 당장이라도 차를 몰고 달려가겠지만 전염시킬 우려가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정말 가슴이 아파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지인의 아들이 수의과대학에 다녀서 구제역 예방접종에 참여했다고 한다. 농민들은 대학생들과 수의사들이 하루 종일 추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해도 공무원들인 줄 알고 냉대하더란 소리를 들었다. 가슴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표시를 정확히 해서 구제역 농가로부터 냉대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아르바이트 비용 정도는 해당 시군구나 정부에서 지원해주어야 한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이 엄동설한에 아직 군대에도 다녀오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고도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두 번 감염되는 것이다. 엊그제 한 수의사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을 읽었다. 그 수의사의 말처럼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을 관장할 수 있는 기관을 청(廳), 또는 차관급으로 신설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방역이나 살처분, 예방접종 등에 참여한 수의사, 학생들에게 표창, 학과점수 배점 등의 적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구제역이 의심되는 기간에는 모든 행사를 자제하고, 자녀들의 고향방문이라 할지라도 자제토록 문자, 이메일, 엽서 등을 발송하여야 한다. 구제역 농가에 대한 보상과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이 빠르고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해당 농가 경영주에 대하여 비관, 낙심하여 자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교육을 병행하여야 한다. 살처분이 확정될 때는 확실하게 살처분해서 무덤 속에서 살아나 우는 소리가 들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백 마리를 살처분해서 매장했을 때, 거기서 나오는 가축의 핏물과 기름 등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 인간의 생명조차도 보장받을 수 없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설날까지라도 다행히 구제역이 잡혔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이번 설날엔 부모님이 보고 싶어도, 선산에 가고 싶어도 한 달쯤 미뤘으면 좋겠다. 제주도에서도 남의 일이라고 뒷짐 지고 있지 말고 철저한 방역과 대책을 강구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