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돗카이도(東日本)대재앙’이 덮친 지 오늘로서 5일째이다. 15일 현재 경찰청 집계 결과 사망자는 12개 도도현(都道縣)에서 3천 373명, 실종자는 6천 746명으로 합계 1만 119명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 집계일 뿐이고 당국은 물론 가까운 집안 식구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이가 수만 명이라 사상자는 크게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11 대재앙은 과거에도 있었던 단순한 대지진이 아니라 ‘지진-쓰나미-원전피해’로 이어지는 ‘삼각파도’라는 점이다. 하늘아래 일본이라는 나라가 열리고 지진은 연례행사처럼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지진-쓰나미-원전피해’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은 일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 실종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우리에게도 기억이 생생한 1923년의 관동 대지진 이래 처음이다. 관동대지진(關東大地震)은 1923년 9월 1일 11시 58분 점심시간을 전후해 5분간에 걸쳐 진도 7.8의 강력한 지진이 3차례 연속 발생해 관동지역은 대 혼란에 빠졌다. 정부조직이 마비됨은 물론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사망자는 9만 9,931명, 행방불명된 자가 4만 3,476명, 가옥전파 12만 8,266동, 반파 12만 6,233동 화재로 인한 소실이 44만 7,126동, 유실 868동의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일본은 관동대지진이 발생한 9월 1을 ‘방재(防災)의 날’로 지정해 재난재해에 대한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관동대지진 때 얼마나 많은 우리 동포들이 누명을 뒤집어쓰고 희생되었는지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완벽한 역사는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길엔 직접 수레바퀴에 치이기도 하고 더러 파편에 희생되기도 한다. 인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인류의 4대문명 발생지가 하나같이 젖과 꿀이 흐르는 살기 좋은 땅이 아니라 척박한 땅에서 발생해왔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 연중 따뜻한 동남아나 남태평양에서 문명이 발생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 있는가?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집트문명. 황하문명. 인더스문명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실은 하나같이 척박한 땅이다. 이곳에서 문명이 발생한 이유를 못 찾다보니 둘려댔을 뿐이다. 이번 3.11 대재앙을 지켜보면서 전 세계 인류는 일본인들의 상상을 초월한 인내심과 높은 시민의식을 보고 가슴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아니 충역을 받았다! 기가 찰 노릇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을 당하고도 누구 하나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거나 가슴을 쥐어뜯는 몸부림을 치지 않았다는 것이며, 정부를 향해 저주를 퍼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이라고 가족의 죽음이 슬프지 않을 리 없다. 조용히 줄을 서서 차례차례 구호식품을 받아 가거나, 매점 앞에서 물건을 살 때도 자기 먹을 만큼만 사갔으며 우리라면 당연히 있을 사재기는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지나간 뒤 발생한 숱한 무질서와 대혼란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 2010년 1월 12일, 22만 명이 희생된 아이티 대지진을 똑똑히 기억한다. 오죽했으면 “지진보다 무법천지의 약탈과 폭력이 더 무섭다.”고 했을까? 이점에 있어서 세계의 지도자이고 세계경찰관이라고 자부하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5년 8월 23~30일간 하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 미국 미국의 뉴우 올리언즈도 폭력과 부패가 난무했다. 왜 일본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대성통곡도 안 하고 가슴을 쥐어뜯고 몸부림을 치지 않을까? 왜 사재기를 안 할까? 이것은 충격이다.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인류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일 정도로 침착했던 일본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지질(USGS) 조사국은 “우리는 지구의 매우 큰 균열을 목도했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극복해 낼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이런 견해를 편견이라고 하기에 앞서 이젠 정말로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