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권조차 없는 정부의 미(美) 쇠고기 협상안, 재협상 필요하다

 지난해에 농림부가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광우병특정위험물질을 전면적으로 수입금지 해야 한다고 밝힌 문건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광우병 괴담’, ‘야당의 정치적 공작’이란 단어 사용을 서슴지 않으며 국민들의 우려를 성급한 짓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대체 어느 쪽의 주장이 타당한 지 가늠하기가 머리 아플 지경이다. 현재 미국 내 소고기 소비 추세와 과학적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과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한낱 정치 음모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의혹이 생긴다.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협상으로 쇠고기를 수입하자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주요 언론들은 과학적인 안전성을 이유로 앞 다투어 격렬히 반대하던 것을 알고 있다. 현 정권이 몇 개월만에 어떠한 논리로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안에 대해 언론과 여당을 설득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평화적인 일반 국민 몇 만 명의 촛불집회를 불법시위로 간주하겠다는 발 빠른 조치도 국민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조속히 이 문제를 덮으려는 정부의 무리한 의지로 볼 수 있어 더욱 우려가 커질 뿐이다.

 오늘 공개된 미국과의 협상안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문제 발생 시 우리나라는 수입품목에 대한 검수권한을 갖지 못한다고 규정되어있다. 국제수역사무국에 의한 미국의 지위변화가 없는 한 한국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정권의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그 어떠한 권한행사가 불가능한 수정된 협상안이 국민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타 국가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사가 더욱 강화된 상황을 보건대 우리나라의 이번 협상은 문제가 많음은 확실한 것 같다.

  과학적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만큼,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100% 안전하다고 과학적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불안전성에 더욱 무게를 두어야 한다. 시일이 지나 불안전하다고 밝혀진들 이미 침해된 국민의 건강은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국민건강 문제 발생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권한은 갖게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단순히 외국산이라서 수입을 반대한다거나 반미주의의 연장으로 미국산을 반대한다는 어불성설로 대처할게 아니라 건강을 위협받을까 걱정하는 국민여론에 귀 기울여 미국산 소가 수입되기 전에 조속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