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국가유공자 어른을 만났다. 종로3가역에서 내리려고 전철 문 앞으로 다가서려는데 경로석에 앉아계시던 한 할아버지가 일어서다가 열차가 달리다 서려는 열차의 관성에 법칙에 의해 앞으로 넘어지시려고 한다. 얼른 팔을 붙들어드렸다. 할아버지는 “고마워요.”를 연발한다. 나는 할아버지의 모자에 붙인 마크를 보고 “국가유공자시네요?”하고 여쭈었다. 내 말을 들으신 할아버지의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독수리유격대 출신으로 생존자가 몇 천 명밖에 남지 않으셨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시기 때문에 알아본 것이다. 국가유공자! 말은 거창하다. 그런데 국가유공자의 수당으로 한 달에 9만원을 받으신다. 90만원도 아닌 9만원!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여하여 나라를 구한 값이 한 달에 9만원이란다.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아버지는 그래도 그걸 주는 것만도 기쁘다고 말씀하신다. 당신들이 목숨을 걸고 전장을 넘나든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요즘 젊은이들은 휴대폰 사용료로 한 달에 1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초선이든 다선이든 상관없이 65세가 되면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기로 의결한 걸로 알고 있다. 
  요즘 어디를 가나 수입된 나무로 계산과 길을 깔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지자체마다 올레길이다 공원이다 해서 흙을 밟지 못하도록 땅을 나무로 도배해놓았다. 쓸 데 없이 낭비되는, 시행착오로 만들고 부수는, 그리고 예산을 다 써야 내년에 그 예산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멀쩡한 보도블록을 12월 31일 자정까지 교체하는, 각종 축제를 끌어들여서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 주머니를 채우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선진지 견학을 목적으로 해외여행에 써지는……. 이런 저런 낭비되는 예산이 천문학적 숫자다. 그런데 국가유공자에게 월 9만원의 수당이라니 쩨쩨해도 너무 쩨쩨한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