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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의 국면은 더욱 복잡해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제주에 와서 해군기지건설 방해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며 이야기한 후 조만간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공권력상의 압박을 강행하리라는 것이 예상되었고, 결국 경찰은 해군이 요청한 바에 따른 것이라며 강정마을내에 경찰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했다.
필사적으로 이를 막아내겠다는 주민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감아 마을에 진을 치고 있고, 주민들과는 별개로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겠다는 각종 단체나 종교계도 결연히 반대의지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우려하는 무력진압이 곧 발생할 것 같은 긴장감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도민들의 심정은 매우 불편하다.
직접 당사자가 아닌 간접적인 당사자로서도 몇 년간 해군기지 문제로 풀리지 않는 도돌이표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도민들 또한 매우 지친 상태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몇 년째 갈등중에 있는 해군기지건설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제주도정의 소통력 부재이다.
민선 4기 도정이 이러한 문제를 양산하게 원인을 제공했다 하더라고, 바통을 이어받은 5기 도정도 ‘윈-윈 전략’을 약속했지만 논란만을 낳은 입지재선정 등으로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며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도의회조차도 다수당의 횡포에 의해 지난 의회와 이번 의회는 정면 배척되는 갈지자 행보로 보이는데다, 도정과 도의회 간에도 소통부재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공권력 배치로 상황이 심상치 않아 급히 달려온 도의회 의원들이 시급히 해군기지와 관련해 이를 해결할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발표를 했지만, 불과 얼마전 해군기지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발족했던 의회의 특위가 어떠한 성과물조차 내지 못한채 해제된 경험을 볼 때, 의회가 해결을 위해 내세운 기구가 과연 제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야5당이 꾸린 진상조사단도 이미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야 뒤늦게 만들어 진 것어서 의도한 효과를 거둘수 있는지도 불투명하거니와, 결국 정치권조차도 이번 문제를 해당마을의 주민의 입장보다는 본 사안을 선거전략용으로 판단하여 접근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어찌되었든 간에 무력진압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제주도가 허울좋은 ‘평화의 섬’으로서만 존재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의 삶이 평화로운 곳이 되어야 한다.
국책사업이므로, 공익을 위한 것이므로 공권력의 무력진압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국가 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이다.
아무리 명분이 있는 국책사업이라해도, 국민이 수십년간 생활해온 터전을 공익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앗아가 버린다는 것은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당한 처사일 수밖에 없다. 공
익상의 이유로,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있으니 무조건 희생하고 양보하라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이기주의일 뿐이다.
무력진압 불허의 연장선상에서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도정과 도의회, 정치권, 중앙정부, 해당 주민들이 동등한 목소리를 낸 합의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서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여 그것만을 고수하는 것은 상호간의 소통단절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궁에 빠지도록 할뿐이다.
반대의 목소리를 움직일 수 있는 부단한 설득과정없이 무력과 폭력적인 공권력의 투입으로써 공익을 강요하는 것은 가장 지양해야 할 방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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