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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기<김윤숙>
김윤숙  |  webmaster@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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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5.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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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의 안전을 위한 먹을거리의 논쟁들이 뜨겁다. 수입 쇠소기 건만 해도 그렇고 수입해 들어오는 옥수수의 슈퍼 유전자가 또 그렇다. 그 열기에 동참하고픈 마음 또 간절하기도 했다. 올바른 먹을거리만이 몸도 마음도 선명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식품 논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프고 난 후 절실히 깨닫는다. 그런 와중에 예전 TV 보도에서 보았던 카리브 해안의 아이티 빈곤층 아이들의 진흙 쿠키를 떠올렸다. 한 끼의 식사도 제대로 못해 진흙으로 만든 쿠키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 세상의 이면의 일들에 어쩔 수 없는 방관자가 되었다는 것이 새삼 부끄러웠던 것이다.
이렇듯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음식을 즐기고 잘 먹고 하다 보니 난데없는 식중독에 장염으로 십 여일이상을 병원에 입원 했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모든 걸 쏟아 내린 날들. 마치 죽을병에 걸린 것처럼 배를 쥐어짜는 통증은 실로 모든 것을 놓아주리라, 또 모든 것을 용서하리라는 다짐이었다.

한동안 내안에서 자리 잡은 독버섯 같은 욕심을 다 자르고 비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그 많은 것들의 욕구도 주어진 능력 밖임을 잘 알게 되었다는 다짐도 했었다.
헌데 아직도 그 반성이 미흡한 기미를 이제야 보였던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아직도 놓지 못하는 한 가닥 내안의 과욕으로 인한 누군가가 내리는 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삭히지 못해 끌어안은 잡다한 것들이 마찰을 일으켜 화를 불러 들였다. 그 독을 몸 안에 품고 있었으니 어찌 몸이 성할 수 있었을까.
나를 통제하면서 나를 통제 하지 못했던 것들, 한동안 생각이 끊어지면서 때론 꼭 붙잡아 놓지 않으려고 연일 힘들었던 통증.
그러다가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던 일.
그리움도 원망도, 또는 쓸쓸함도 여유가 있을 때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를 비워내는 대만 보낸 며칠이었다.
내 안에서 꿈틀대던 나의 본질을 새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와 내 몸 밖에서 만들어지는 음식과의 상관관계가 아주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받아들였던 것.
어떤 작가는 티베트를 보기위해 장염을 앓는 혹독한 통증을 치렀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보려고 , 또 무엇을 깨달으려고 이렇게 비워냈던 것인가.
흔히 정신과 물질의 합일에서 벗어난 다 비운 상태의 그 허공, ‘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겠지만 혹시 그런 비움을 느끼기라도 했을까 싶은 것이 새삼 나를 돌아다보게 했다.
그렇게 제대로 나를 다 비워 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동안 나를 다스리던 며칠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다 나을 때쯤에서는 다시 실제적 먹을거리를 계속 떠 올렸던 것이다.
TV에 비쳐지는 맛있는 음식 기행을 보면서 그 모든 음식을 만들어 먹으리라는 다짐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다시 무언가를 채워야하는 포식자의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어찌하랴.
음식 섭취 기간이 아닌데도 계속 먹을 것을 생각하는 이중적인 사고로 머릿속이 가득 찼었으니 다시 예전으로의 회귀인 셈이다.
허나 다 비우고 나서야 몸과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이 느낌은 또 어떤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은 조짐이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그대로 두고 보리라는, 더 많은 여유가 생겼다.
쇠고기 수입논쟁도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듯 기아에 시달리는 빈곤층 아이들의 삶도 생명의 문제이다. 행동하지 못하는 소극적 자세가 내 자신을 들먹인다.
다시 진흙 쿠키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시울 뜨겁다. 나의 식생활만이라도 최소한의 섭취에 만족 하리라는 것. 그 예전의 포만의 야만 같은 식탐을, 그 본능을 이제 잠재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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