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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정치적 권력을 갖게 한 핵심이라는 의미를 선거에 임박해서야 절감할 뿐, 당선되고 나면 선거이전의 절박함이 사라진다.
민주적인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원칙이 지켜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의 신의를 쌓아야 하는 것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다시 말해 대의정치의 기본원칙과 위임정치라는 본질을 존중하는 자가 민의를 대변하여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제주 정치사회는 위와 같은 원칙과 민주정치의 본질을 져버리는 행보가 잇따랐다. 구(舊) 정치의 작태가 현시점에도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의 의장, 운영위원장, 예산결산위원장이 나란히 총선출마를 위해 도의원직을 사퇴했다.
도의회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직위에 있던 자들이 동시에 사퇴함으로써 당장의 도의회 운영의 미비가 생기는 점을 차치하여 사사로운 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보자는 것이 아니다.
과연 그들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유권자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우선 9회 의회가 구성된 지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도의회의장, 운영위원장직을 던져야 할 만큼 긴요한 ‘정치적’ 사정이 없어 보인다.
9대 의회의 전체를 대변하는 직위에 있는 자들의 그간의 정치적 행보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전혀 만족시켜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해당 직위에 대한 일정부분의 정치적 책임을 물었어야 했지만 전혀 그럴 기회가 없었다.
오히려 도의회의 주요직을 ‘꿰찬’ 것을 국회진출의 기회로 유용(流用)한 것이나 다름없다.
순전히 주요 직함을 가졌다는 정치적 ‘명예’만 가지고 의회를 떠났다는 차원의 비판뿐만 아니라, 도의원 자체적인 권한은 물론 도의회 주요직위가 가진 권한을 사사로운 정치적 이해(利害)에 따라 유용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위는 충분히 도민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한 것이다.
특히, 이들의 사퇴 시점은 2012년 예산 결산을 마친 직후에 이루어짐으로써, 총선을 위한 선심성 예산편제가 가능했다.
여전히 퇴출되지 못한 구태정치가 결국 21세기의 ‘역동적 의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의회의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 이들을 필두로 한 9대 의회의 활동자체도 정치적 평가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9대 의회는 줄곧 원칙도 소신도 없는 갈지(之)자 행보에 도정과의 불협화음을, 집행부를 경계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는 오히려 대등한 의회의 지위를 망각한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의회를 운영한 의장과 운영위원장 등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크고 막강한 ‘금배지’를 달겠다며 돌연 사퇴한 사정을 어떻게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가.
일대일로써 유권자인 도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유권자들의 묵시적인 동의라도 구하겠다는 행위조차 없었다.
도리어 혈세를 탕진하고, 유권자와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이 어기고는 일말의 미안한 기색조차 없다.
도민들은 속지 말아야 한다.
대의정치의 본질을 망각한 자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본적인 상식과 민주정치의 원칙을 망각한 정치인들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로서 나라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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