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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라이히, 그는 누구인가<오차숙>
오차숙  |  webmaster@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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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5.2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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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에겐 중병의 아내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몇 년 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그들에겐 세 명의 어린아이들과 18세의 큰딸이 있었다. 그들의 생활은 그런대로 평온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에게 풍기 단속반이 들이 닥쳤다. 아버지는 근친상간 죄로 체포, 구속되어 여러 해 동안 투옥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때 세 명의 아이들은 복지시설로 보내져야 했고, 큰딸도 치욕스러워 낯선 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빌헬름 라이히의 유년시절을 더듬지 않더라도 참담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위 글은 1929년 빌헬름 라이히가 4주에 한 번씩 프로이트의 집에서 모임이 열렸을 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몰려 와 고백한 내용 중, 일부분이다.
성은 새로운 주제가 아니지만,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주제로 거듭나며 화젯거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의 바탕이 되는 무의식론-그 무의식을 머릿속 깊이 꾹꾹 묻어버리는 우리들의 관념 덩어리, 그 정신 변증법의 한계는 연약한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빌헬름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수제자였지만 스승의 이론을 뒤집고 나선다. 억압만을 주장하던 스승의 이론이 잔인하다며 성에 대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론의 핵심인 리비도를 부여잡고 그 자체를 오르가즘 론으로, 에너지론으로,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다는 생체 발생학 론으로 이끌어간다. 생체 에너지에 따라 정신적인 것도 함께 움직인다며 생장요법을 근육요법으로 접목시킨다. 신체의 유기적 관련 뿐만 아니라, 신체와 정신의 유기적 관련을 강조한 것이 프로이트의 이론과 다른 점이었다.
성에 대한 견해는 학자마다 분분하다. 그러나 행복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조차 음란증에 시달리면서도 허리 아래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히는 인간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 섹스 문제에 있어서 점잖을 떨지 않았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을 유발시키는-정신적 문제에 시달림 당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가 정신 질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인간의 점잖음이 결국 인간 유기체를 굳어버리게 만들고 정신을 병들게 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라이히는 이처럼 신체적 욕망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아갔다. 마르크스가 계급해방을 해결 과제로 삼았다면, 라이히는 인간의 욕망해방을 추구한 셈이었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추론이나 가설에 머물지 않고, 철저하게 실험을 통해 처해진 상황을 증명해 내려는 자세였다.
어린이 성교육에 있어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성행위를 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악담을 들었음은 물론, 분석진료를 하는 동안 환자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라이히는 어려운 고비들을 극복해 냈다.
주변의 험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험 작업과 자신의 개인 행복, 나아가서는 대중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빌헬름 라이히를 다룬 영화-<유기체의 신비>의 이미지는 결코 암울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머리가 잘려나간 여 주인공 ‘밀레나’의 얼굴이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라이히는 음란함을 초월해 지나칠 만큼 진지함만을 추구했다. 어떤 행복론 보다도 조심스럽게 사랑을 향해 접근해 가도록 길을 열어 준 학자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 가로 막고 있는 문제들을 찾아내어 해소 하려고 애를 쓴 사람이다. 오스트리아의 괴짜 심리학자, 성학자로서, 프리섹스 자체가 행복을 추구하는 지름길이라고 부르짖은 인물이다.
“그때 내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라이히는 유년시절 어머니와 가정교사와의 외도를 아버지에게 폭로시켜 그녀를 자살로 몰고 갔지만, 그 독한 상처는 그를 성 해방주의자로 둔갑시키는 데 한 몫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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