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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센터의 기적, 뉴욕필 감사음악회특파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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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6.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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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남북관계보다 북미관계가 훨씬 좋아요."

얼마 전 뉴욕필감사음악회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김영해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연주회는 링컨센터의 이례적인 대관 등 미국이 관심을 보이는 반면, 정작 한국정부나 기업의 무관심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었다.


아마도 지난 정권이었다면 이번 감사 음악회의 스폰서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남북평화와 화합의 콘서트 -뉴욕필 감사음악회-’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정부가 알아서 밀어주고 눈치 빠른 기업들이 도움을 줬을테니까.

하지만 이번 콘서트를 준비한 뉴욕 일원의 20~30대 음악인들은 돈 낼 필요가 없는 협찬사는 많이 구했지만 정말 중요한 현금을 조달해줄 스폰서는 찾지 못했다. 스폰서를 거절한 기관과 기업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이런 말을 햇다고 한다. “돕고는 싶지만 너무 촉박해서 힘들다.”일년 전에만 얘기했어도 도와줬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일년 전이면 뉴욕필하모닉이 평양 연주회를 계획하기도 전이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도 유분수이지,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고서야 극비리에 진행된 뉴욕필의 평양콘서트를 어찌 미리 예상하고 감사 음악회까지 기획한다는 말인가.

평양콘서트는 사실 뉴욕필로선 부담이 많은 콘서트였다. 평양연주회를 안 한다고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명성이 빛 바랠 리도 없고 무엇보다 북핵문제와 폭압정치를 물고 늘어지는 미 국내 보수층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반드시 평양연주회를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필은 평양콘서트를 성사시켰다. 북한의 심장부에 위치한 극장에 성조기가 올려지고 그들의 국가가 울려퍼진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선의를 이해했다는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뉴욕필의 평양연주회가 무산됐다면 북핵문제가 이나마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욕필하모닉의 공연이 있던 날 미국의 공영방송 PBS를 통한 실황중계의 여파는 대단했다. 뉴욕필의 수준높은 공연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에 대한 정치 경제 역사 문화의 자료 화면이 그렇게 미국의 TV를 통해 집중적으로 나간 사례는 없었다.

"북한" 하면 핵과 김정일만 떠올리는 미국인들은 그날 방송 덕분에 북한과 한반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미국의 보수 언론들도 변했다. 북한 얘기만 나오면 쌍심지만 돋구던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얼마 전 금강산 육로관광을 여행특집으로 소개한 것이야말로 특기할 만한 사건이다.

하물며 우리 젊은 음악인들이 평양연주실황을 지켜보며 감격을 하지 않았다면 이상했을 것이다. 이들 음악인들은 뉴욕필하모닉을 위해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무언가 답례를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기왕이면 ‘평양 연주 100일(6월 5일)’을 기념하고 뉴욕필의 선의에 보답하는 연주회를 개최해, 북미관계 개선과 민족화합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이었다.

뉴욕 일원의 음악가들이 60명이나 모여 ‘와이엔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고 창단 연주회를 잡았다. 예산은 한 푼도 없었지만 십시일반으로 돈도 모으고 일년 전에 대관해야 한다는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도 6월 9일 빌리는 행운도 일어났다.

뉴욕필하모닉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 음악감독은 감사패를 증정하겠다는 무명의 한인 음악인들을 무시하지 않고 초청에 기꺼이 응했다. 미셸 김 부악장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쪼개면서 협연을 하기로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언론이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순수한 노력을 가상히 여긴 뉴저지 초대교회는 연습무대를 제공했다. 이들에게 자문을 아끼지 않은 뉴욕총영사관의 한명재 영사와 주관사를 자청한 뉴욕평통도 힘을 보탰다.

뉴욕필하모닉의 평양연주회를 조건없이 도운 요코 세스치나 백작부인같은 스폰서는 구할 수 없었지만 와이엔 필하모닉의 단원들은 그들이 이룬 놀랄 만한 결실만으로도 적잖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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