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우 칼럼니스트/소설가

지금도 일본 교토의 도요쿠니신사豊國神寺에는 전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이총耳塚이란 무덤이 있다. 이총耳塚이란 ‘귀 무덤’이다. 말이 좋아 ‘귀 무덤’이지, 사실은 ‘코 무덤’이다. 아무리 전승기념이라고는 하지만 남들 이목이 있어 차마 코 무덤이라 명명하지 못하고, 한수 낮춰 귀 무덤이라 하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만 안다면 눈 질끈 감고 살면 되겠지만, 수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유서 깊은 곳에 있으니 얼마나 기가 찬 노릇인가? 정유재란 당시 일본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던 전신戰神 이순신이 원균과 임금의 모략으로 하옥되자 왜적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라도로 쳐들어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의 코를 베어갔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무서워 감히 전라도를 못 넘본 복수였다.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길 가던 사람도 불러 세워 코를 베었다. 그러니 여자들이 어떤 수난을 겪었겠는가? 단일민족 어쩌고 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소리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몽골인도 알고 일본인도 안다. 어찌 잊고 싶으랴! 임진왜란. 정유재란의 7년 전쟁이 자다가 홍두깨를 맞는 식으로 난데없이 일어 난 것이 아니다. 당시 핏줄로는 일본본토와 가까워도 심정적으로 거리적으로 우리와 가까웠던 대마도주對馬島主는 수차례 조선에 오가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일본의 최신식 조총鳥銃까지 전해주며 대비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허세의 물든 조선의 관리(유학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적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국서에 ‘정명가도征明假道’라고 전쟁포고문을 보냈다. 그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전쟁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철떡 같이 믿었던 배경에는 어떤 적진敵陣 분석도 곁들여지지 않은 채 그냥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안 일어난다고 우겼다. 당시 전 조선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뽑힌 관리들이 그 정도였으니, 백성들의 민도民度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7년 전쟁동안 삼천리금수강산은 피바다로 물들고 백성들은 어육魚肉이 되었다. 문제는 그 참상을 겪고도 석 달도 안 되어 잊어먹었다는 점이다. 그 후 근대에 들어와 전에 당했던 그 일본인에게 나라를 완전히 내어주고 36년간(외국 역사책에는 50년 혹은 1백년) 치욕스런 식민지를 겪었다. 남자들은 광산으로 전쟁터로 끌려가고, 여자들은 공장으로 혹은 위안부로 동서남북도 분간 못할 이역異域의 하늘 밑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그 참혹한 태평양전쟁도 끝난 지 석 달도 못되어 또 잊어 먹었다. 불과 62년 전에는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을 겪었다. 임진왜란 못지않은 대 참상이었다. 남북한 합쳐 250만 명이 죽었다. 20만의 전쟁미망인이 생겼고, 10만의 전쟁고아가 생겼고, 1천만의 이산가족이 생겼다. 우리를 도왔던 미군은 무려 5만 명의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자기나라에서 한창 젊음을 구가해야할 젊은이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한반도의 이름 모를 산하에서 꽃잎처럼 쓰러져 갔다. 사진으로 찍힌 그때의 우리 모습을 본다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 6.25사변도 석 달도 안 되어 잊어 먹었다. 그것도 부족해 이번에는 종북좌파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다. 한줌도 안 되는 일부 종파주의자들이 싸질러 노은 배설물로 인해 나라에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나는 종북좌파니까 나라가 김씨왕조에게 넘어가도 살아날 거라고 믿으면 오산이다. 김일성은 전쟁이 끝나고 박헌영을 위시한 남로당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죽였다. 자진 월북한 지식인 중에 자연사自然死한 사람 단 한 사람도 없다. 하물며 아는 영어단어와 한자漢子가 다 합해도 5백개도 안 되는 불량품들을 살려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