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우 칼럼니스트/소설가

그렇게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우리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효과는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터넷 덕분에 왕년의 문학도가 어느 날 뒤늦게 문단에 등단하기도 한다. 오늘날 과다할 정도로 시인이 많이 양산되어 시인의 자질문제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장바구니 들고 카바레 드나드는 것을 보는 것 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한 사람의 문인이 탄생한다는 것은 향기로운 꽃동산 1백개를 만드는 것보다도 더 값진 일이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 자연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는데, 다양한 유형의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된다. 블로그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의 일면도 보게 된다. 아무리 ‘광 스피드시대’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우리한국인의 의식의 저변에는 유교가 자리하고 있다. 또 어느 정도는 유교적 겸손과 사양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국인답다. 그러지 못할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필자는 며칠 전 우연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논객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다. 보수논객은 외롭다. 반면 진보는 시쳇말로 ‘인기 만점’이다. 그것은 보수의 글이 진보측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지지하는 지지층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분은 워낙 매스컴을 많이 타는 분이라 보수논객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방문객들이 관심을 표명했다. 블로그 메인화면의 ‘촌철살인’이니 ‘한국의 퓰리처상 수상’이니 하는 장황한 자랑거리가 이채로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반가웠다. 비록 지방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무명논객이지만, 등단작가 이니만치 크게 꿀릴 것도 없다싶기도 했다.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개인주의인가는 세상이 다 아는 상식이다. 광야에서 의롭게 투쟁하는 그분의 노고를 치하하고 더불어 한번 방문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한데 다음날 아침 이런 답글이 달려 있었다. “웃기는 양반. 그래 한국의 자칭 진보족(본색은 종빨)은 개인주의가 아니고? 하긴 그들은 '성'도 공유한다더만. 구멍동서가 한둘이 아니고 말이지. 순진한건지 아둔한건지. 백면서생이구먼. 관심없어.” -윤창중의 칼럼세상에서, ‘안철수의 생각’에 대하여 중에서. 방망이로 뒤통수를 한데 맞은 기분이었다. 급한 김에 먼저 필자의 덧글을 삭제했다. 아니면 한바탕 싸워야 하는데, 그러자니 나이 값도 못 한다 소리를 들을까 주저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뭐 밟았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들었다. 더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명논객인 필자가 유명논객과 친분을 맺어 유명인의 반열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지난 월요일은 가장 긴 하루였다. 만약 진보와 보수의 길을 택하라면 필자는 그래도 보수의 길을 갈 것이다. 오랜 외국생활과 외국어를 가르치면서 적어도 국내파보다는 더 넓고 공정한 시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인라면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한다. 한쪽의 수레바퀴로는 마차가 굴러갈 수 없듯이 상대편의 존재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밉기로 ‘구멍동서’ 운운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결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