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정 제주의 세계자연유산 지정 1년을 자축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거문오름에서 두 달 동안 진행되는 국제트래킹대회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기념행사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터 생긴다.
사람들의 잦은 발길 때문에 망가지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하여 오름 휴식년제를 거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접근을 도와주기 위하여 두 개의 답사코스를 새로 개발하였음을 홍보하고 있으니 이는 이율배반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유산은 이제 우리의 자산이 아니라 세계의 자산이 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하여서는 출입을 더욱 엄격히 통제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함이 옳을 텐데도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을 더욱 확대하고 있음은 이해가 어렵다.

우리의 행정은 늘 가시적 효과에 목을 맨다. 그것도 오랜 시간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해대는 속전속결의 결과를...

그런 연유에선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지정을 우리의 자긍심으로 만들어 이심전심으로 이를 아끼고 지키려는 정서로 만들어가기보다는 관광과 연계시켜 홍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은 머지않아 볼썽사납고 황폐한 모습이 그 결과로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더러는 제약이 따르더라도 본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 또 진정 그 자연유산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러한 것에 불만을 가질 리 없고 그런 불편함이 오히려 더 큰 추억과 만족으로 남겨질 것이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1100고지 습지와 물장오리를 람사르습지로 지정받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소중한 생태자원인데도 1100고지 습지는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이미 데크 시설을 해놓으면서 많은 부분을 훼손하고 말았다. 정말 아름다운 경관에다 온갖 야생식물이 모여 살던 곳에 인위적인 시설을 하면서 진정한 값어치는 크게 손상되고 만 것이다.

윗세오름에는 휴게소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매점을 넓히고 화장실을 큼지막하게 짓는 것이니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편할 게 분명하지만 과연 꼭 저러한 공사를 해야만 하는가? 자연 훼손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불편이라면 참아야 하는 건 등산객의 몫이다. 행정은 이러한 일을 환경개선이라고 한다. 만일 민간사업자가 이러한 일을 하려든다면 환경 훼손이라고 하여 허가를 주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제주의 허파라는 곶자왈 역시 엄청난 면적이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서 파헤쳐지고 있다. 숨골을 잃어버린 자연은 스스로 정화 능력을 잃어가고 결국 그 폐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임에도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개발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없어서 더 정겨운 섬 비양도에는 본섬을 잇는 케이블카가 시설된다고 한다. 용천굴도 일부 개방이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이렇듯 소중한 우리의 자연 자산이 눈에 보이는 효과와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이 되고 있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소중한 자원을 모두가 공유하면서 이를 보고파 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첫 번째 원칙은 절대 보전을 전제로 한 개발의 엄격한 제한과 출입의 통제다. 그저 이를 관광수입과 연계하여 접근을 쉽게 하고 누구나 아무 때고 다가설 수 있게 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올 뿐이다.

무분별한 개발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기 십상이다.

유산의 사전적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 자연과 환경은 물려받은 자산이며 또한 물려줘야 할 자산이다. 우리가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아름다운 자연과 청정 환경임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우선 아닐까?

                                                                서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