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조

최근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짓는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효율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제3의 기관에 의한 통제나 견제 장치 없이 집행부의 판단에 의해 사업이 결정되고 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정부담 등 예산낭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민자유치촉진법으로 시작됐다. 현행법상 민간투자가 가능한 시설은 도로, 철도, 공항뿐만 아니라 교육, 복지, 군사, 문화시설 등 모두 48개 분야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경전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투자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임대형 사업인 BTL방식으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도립미술관, 하수관거사업, 서귀포의료원 등이 추진되거나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수익형 사업인 BOT방식으로 성산해양과학관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BLT방식으로는 제주국제학교 내 영국계 학교인 NLCS Jeju와 캐나다계 학교인 BHA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경제적 효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민간투자산업 제도적 강화방안 자료에 따르면 설문대여성문화센터인 경우 제주특별자치도는 향후 2029년까지 20년간 시설 임대료 명목으로 매년 13억4800만원씩 총 269억66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시설 유지 및 보수에 따른 운영비로는 매년 4억4400만 원씩 총 88억850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즉 민간투자 사업으로 지어진 문화센터 건설과 운영에 따른 재정부담이 20년간 모두 358억51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재정부담 규모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방채 1조5271억 원을 연 6.28%의 이자율로 빌려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가 빌려 사용하고 있는 지방채 이자율은 4.36%에 그치고 있다. 이를 볼 때 민간투자사업이 1.92%p나 더 많은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부채 또한 현재 5천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를 2033년까지 연차적으로 갚아나가야 한다. 즉 해마다 300억 원 정도씩 상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재정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노후화된 경찰서나 세무서 등 관공서 시설까지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재정 부족을 민간자본에 의존해 짓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재정부담을 미래세대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민간자본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항만시설, 공항시설, 물류시설, 신재생에너지시설, 박물관시설, 복지시설 등이 민간투자사업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투자사업이 확대될 경우 재정건전성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안기는 무분별한 민간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한장치가 필요하다. 선출직 도지사에 의한 중복·낭비성 사업의 자제를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해서는 도조례를 통한 도의회 동의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정돼야 할 현안이다. <제주경실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