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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주 교육학박사 |
참 어렵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가 이것을 매우 딱하게 여기어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 내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히어 나날의 소용에 편리하도록 함에 있나니라.」
훈민정음 서문이다.
세종대왕은 어리석은 백성들이 쉽게 한글을 익혀 편리하게 쓰도록 함이라 했지 않은가?
그런데 어렵다?
우리나라 말은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체제를 갖추었다 한다. 그러기에 그 뜻을 전달하지 못할 글자가 없다. 자음과 모음이 음절 단위로 묶여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탁월한 제자원리 덕에 상황에 멋들어지게 들어맞는 비유와 풍자, 세련되고 절제된 압축미, 약간은 긴장감을 주는 예리한 구조를 갖는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봉원(한말글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한글 새 소식』에 쓴 글이 내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고향의 봄」노랫말 ‘나의 살던 고향은….’를 ‘내가 살던 고향은….’으로 노래하잔다.
「고향의 봄」은 국민 애창곡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향수를 살포시 스며들게 하는 노랫말이 일품인데 시작이 ‘나의 살던’으로 잘못 쓰다니?
그렇다. 우리말에는 원래 이런 표현이 없었다. 그러기에 ‘내가 살던’으로 바르게 써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학교’는 ‘내 학교’ ‘나의 집’은 ‘내 집’ ‘나의 생일’은 ‘내 생일’ ‘나의 조국’은 ‘내 조국’으로 써야 맞지 않을까?
또 있다. ‘꽃의 향기’는 ‘꽃향기’ ‘국군의 날’은 ‘국군날’ ‘부부의 날’은 ‘부부날’로 사용하기를 제안한다. ‘한글날’은 ‘한글의 날’이 아니라 그냥 ‘한글날’이 아니던가? 더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대표적이다. 그러기에 ‘국군의 날’이 아니라 ‘국군날’이라야 바른 표현이다. ‘나의 살던’이 아니라 ‘내가 살던’이 옳다.
「용비어천가」는 한글 창제에 의해 이루어진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국문시가라 한다.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곶 됴코 여름 하?니/?미 기픈 므른 ??래 아니 그츨?/내히 이러 바?래 가?니」
제2장에 나오는 시가이다. 여기서 보면 시상이 매우 좋다. 군더더기 없이 ‘의’ 사용을 절제했다. 이렇듯 옛 선비들은 우리말을 바르게 쓰되 정선된 은율을 따랐다.
신문기사도 우리말 바르게 쓰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물론 표현하는 이가 처한 상황과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 드는 단어를 소홀히 하란 말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언어의 의미와 사용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무조건 한글만 바르게 쓰자고 제언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언어의 교환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 두고 순화된 소통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국제화니 글로벌이니 하며 외국어에 물든 사람들에게 우리글부터 바르게 알려 주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는 필요에 따라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생각한다.
한글 바르게 쓰기가 참 어렵다. 어렵기에 도전해 보는 저력 또한 당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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