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명식당 전면 모습 .윤승빈기자

동문시장으로 식사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이 말은 곧 “오늘 광명식당에서 국밥이나 먹자” 라는 말로 통한다.

현재 동문시장에는 다양한 이름의 수많은 국밥집이 존재한다. 그중 서로 원조를 자처하는 가운데 ‘진짜’ 원조인 ‘광명식당’을 찾아갔다.

가게로 들어서자 처음 본 진순복(66.여)사장님의 첫인상은 약간 매서워 보였다.

“뭐? 국밥? 따로?” 무심한 듯 한 말은 언뜻 섭섭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음식이 나오면 그 푸짐한 양에 섭섭함은 금세 사라진다.
“맛있게 먹어” 하며 웃는 얼굴로 국밥을 건네는 사장님을 보니, 첫인상에 뭔가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진순복(66.여)사장님. 윤승빈기자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주로 낮에는 국밥을, 밤에는 안주를 시켜 먹는다고 한다.
“국밥은 취향 따라 순대, 내장, 고기를 조절하기도 하고, 밥이랑 따로 주기도 하고...”
뚝배기에 밥과 순대, 내장 등을 넣고 미리 우려낸 육수를 넣은 뒤 고춧가루, 들깨가루, 후추, 파를 얹으니 군침이 절로 나는 국밥이 완성됐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 11시에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왔다.
양복 입은 직장인들부터 아이와 동행한 엄마, 주변 상가 식구들 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이집 국밥을 먹기 위해 늦은 아침부터 찾아온 것이다.

한 손님은 “국밥 생각나는 날 있잖아요? 술먹은 다음날 이라던지.. 그런날이면 꼭 여기 옵니다” 라며 “우리 사장님 처음 봤을땐 무서웠는데 이젠 엄마 같아요. 여기 오시는분들 다 공감하실겁니다” 라고 말하며 국밥을 먹었다.  

장사가 잘되니 이윤이 많이 남겠다 라는 말에 사장님은 “얼마 안남아, 우리 간판을 봐 가게가6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50년 전통이라고 써져 있잖아” 하면서 웃었다.
실제로 사장님은 60 여년 동안 똑같은 전통 방법을 고집하신다고 한다.
사장님은 “재료에 돈을 왜아껴? 우린 제주산 돼지로 직접 순대도 만들고 내장도 구해오고 그래” 라며 “요즘 보면 공장 같은데서 비닐로 만드는 순대를 쓰는데도 있던데, 그러면 맛에서 차이가나. 당연히 손님들은 그걸 알지”라고 말했다.

▲ 푸짐한 국밥. 윤승빈기자

재료값이 너무 비싸져,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점심이면 가족들이 총 동원된다.
배달을 다니는 작은아들, 요리를 담당하는 큰며느리와 딸, 서빙을 담당하는 큰아들까지 사장님과 가족들은 서로 합심하여 동분서주 한다.

“손님이 먹을 음식 금방 금방 드릴 수 있어야지”
아침에 일어나 사골을 우려내고, 내장을 삶고 직접 순대를 조리하니, 그 정성과 맛에 단골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 젊었을때부터 다니던 20~30년 단골도 있어. 자주 찾아올 때마다 반갑지. 사연 같은게 없어도 그 세월이 특별 한거야”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손님은 “몇년째 여기서만 국밥을 먹는데 여기 주방은 우리가 다 볼 수 있게끔 만들어졌습니다” 라며 “이렇게 맛도 있고 믿음도 있는데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심지어 국밥 뿐 아니라 순대, 족발, 내장 등의 안주류도 인기가 좋아 작은아들이 각종 경조사에 배달을 간다고 한다.

배달을 부탁하는 손님들은 “고인께서 살아생전 이집 순대를 좋아 하셔서 여기 순대를 사용하게 됐습니다”처럼 상을 치를 때는 물론 결혼식, 돌잔치등 각종 경조사에 이집 순대 등을 찾는다.

“원래는 시어머니가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지. 맨 처음엔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동문시장이라는 개념이 있기도 전이니까”

사장님은 잠시 시어머니가 생각나는 듯 회상에 잠겼다.

“국밥을 줄 때 내가 손이 참 커. 이건 시어머니를 닮은거야. 시어머니가 참 손이 크신분이셨거든”

사장님은 시어머니에게 맛 뿐 아니라 그 푸짐한 인심 까지도 물려 받은 듯 했다.

다음 대에는 누가 가게를 물려 받을꺼 같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재치있게 “후보는 많지 며느리도 있고 딸도 있고. 얘들은 물론 잘하지만 아직 멀었어. 왜냐하면 내가 아직 쌩쌩하거든” 라고 말해 가족들의 웃음을 샀다.
 
1호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하나의 출발점이자 역사와 전통 그 자체이다.
이 1호라는 이름을 60 여 년간 지켜 나가는 사장님과 가족들에게 광명식당은 단순한 국밥집이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이 국밥집은 손님 한명 한명의 사연이 모인 거대한 ‘가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