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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란 시인 |
동네에 자그마한 샛길이 있다. 길이 시작되는 곳과 끝나는 지점은 제법 넓지만 가운데는 밭담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꼬불거리고 폭이 좁다. 게다가 언덕바지 이다보니 시야가 좁은데 밭에 둘러쳐진 방풍수 마저 시야를 방해 해 커브를 틀면 갑자기 반대편길이 확 달려드는 듯한 위험한 길이다. 그런데도 제법 빠른 지름길이어서 차량이 많이 다닌다. 아주 익숙한 운전자들도 어느 커브에선 양보를 하거나 백미러를 접으며 공간을 최대한 이용해 아슬히 지나가야 한다.
어제는 그 길에 들어섰다가 조금 화가 나는 일을 경험했다
커브길의 끝에 거의 다다른 내 차와 이제 막 그 길에 들어선 검은색 차량이 마주친 것이다
옆으로 조금 비켜서면 아슬히 라도 지나가련만 앞차는 꿈쩍을 않는다
저 차가 뒤로 조금 후진하면 넓은 곳인데 생각하다 운전이 서툰가 싶어 꼬불거리는 길을 한참을 후진해 양보했다. 그런데 마주 오던 그 차안에 앉아 있던 사람은 나와 눈이 마주쳐도 노려보듯 쳐다 볼뿐 고마움의 묵례나 손 인사도 안한다. 마치 네가 양보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듯 당당하다. 마음이 쇠갈퀴질을 당한 느낌이었다
간혹 우리 주변에 이처럼 이상한 권리를 누리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이러한 일들은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 나는게 아니다. 얼마전 뉴스에서 사람의 몸에 좋다는 이유로 약용식물을 불법 도채해 원산지가 훼손 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
나무의 산삼으로 불리는 황칠나무였다. 전세계 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 수종으로 두릅나무과의 황칠나무는 만병통치로 알려져 항균 항암 효과 및 뼈와 치아의 재생작용까지 그야말로 왜 불법도채의 표적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심지어 국제 학명조차 만병통치를 의미하는 덴드로 파낙스 이다 아무데서나 자라지도 않아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이 자생지이다. 서불이 불로초라 믿으며 가져간 나무라는 설도 있다.
황칠나무는 다른 수종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더딘 나무이다. 그런 나무 25~30년생 30여그루가 불법 도채꾼에 의해 잘리워졌다. 게다가 산에서 자라는 5~6년생 묘목 1200그루를 뽑아 개인적으로 식재한 사람도 있다
황칠나무 뿐이랴 들판에 약용 식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열매이건, 가지이건, 뿌리이건 마구 파헤치고 도채해간다. 약용 성분이 있다 알려지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이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건 순식간에 일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해준 배려를 우리는 무슨 권리로 남용하는가. 욕심이 저지른 일들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자생식물 원산지 복원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단체 들도 있다는 것이다
배양묘를 순화시켜 자생지에 옮겨 심고 종자를 발아시켜 들판에 옮겨 심는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식물이 복원되어서 살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옮겨진 식물들이 자연에 적응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얼마동안은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관리가 이루어 지고 있는 지도 미지수다
자연은 수백년의 시간을 거쳐야만 완성되는 결과물이다. 어떤 정답이 정해져 버린 결과물에 우리는 벌써 도달해 있는 것은 아닌가?
자연은 분별함이 없으니 모두 우리가 할 따름이다
최근 서귀포시가 지역주민과 손잡고 황칠을 농림수산부 향토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는 지인이 황칠나무가 도채된 곳에 다녀왔다. 다행인건 잘리워진 둥치에서 싹이 올라 오는걸 보고 왔다고 했다.
아팠을 것이다. 잠깐의 배신감으로 나는 쇠갈퀴가 지나갔는데, 분노했는데 말 못하는 나무는 그저 둥치에 새로운 싹을 밀어 올릴 뿐이다
배려라는 말에는 “생각할 려” 자가 들어간다. 당신은 지금 어떤 보이지 않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산에 가서 열매 한 알 얻어 오면서도 묵례를 하자 . 자연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구불거리는 샛길을 얼마나 위험천만하게 내려 왔을까. 조금 비껴서 주는 당신의 마음 속 살강 안에 따뜻한 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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