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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자 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 |
전현직 도지사의 지방선거 출마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선충 폐해의 공방 속에 변화를 기대하는 개혁적 정치담론과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요즘 제주정가는 분출을 기다리는 휴화산처럼 암묵적 술렁임에 긴장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 모두는 지역현안에 안일했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강정마을의 아픔을 외면했고 무기력한 행정시의 역량에 체념했다. 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서봐야 손해라는 무책임으로 불거지는 문제 또한 행정으로 떠넘기며 모든 책임을 지사에게 전가했다. 도지사와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후보와 유권자,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인데 말이다.
제주의 정치는 괸당정치이다. 서로 돕고 살았던 친인척 관계가 괸당이지만 솔직히 본래의 순수함은 퇴색된 지 오래다. 선거철이면 묵시적으로 결탁하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고리, 언제부턴가 괸당이란 정서는 한국사회의 지역주의 병폐처럼 이웃간 대립과 반목을 조장하는 구태문화의 총체로 변질되고 말았다. 후보출신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90% 가까운 몰표 속에 교차하는 환호와 울분, 위로나 승복은 생각도 못한 채 또 다시 4년 후를 기약하며 절반으로 갈라서야 했던 도민들, 전국표심을 꿰뚫어 한국정치의 지표가 되었던 대선과 총선의 흐름과는 상이한 제주만의 지방선거였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인구 60만의 작은 섬에서 산남이냐 산북이냐를 나누고 동이냐 서냐를 들추며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은 진정한 제주의 괸당이 아니다. 다문화가정까지 모으고 또 모아도 이루기 힘든 제주도민 100만이 아니던가. 어디서 나고 어디서 자랐는지를 따지는 폐쇄적 분할주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주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철이면 나타나 괸당임을 자처하는 이들도 경계해야 한다. 본인의 의지나 비전보다 동향, 동문을 앞세우는 선동 역시 직시해야 한다. 연고를 우선으로 선거전에 뛰어드는 후보자는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자신의 당선만을 목적으로 이웃을 이용하여 파벌을 조장하는 정치꾼이다. 무조건적으로 이에 동조했던 유권자 역시 자성해야 할 것이다. 지역현안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보다 초상집과 잔치집 드나드는 정치인들을 반겨 맞이했던 우리가 아니던가.
나 역시도 자유롭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렇지만 나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유권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이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리더의 자격을 마음 깊이 담아두고자 한다.
첫째 국제자유도시 건설과 세계환경수도 인증이라는 상반된 미래비전속에 개발과 보존을 조화롭게 이끌어내고 제주섬의 정체성을 바르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 둘째 도농 복합적인 산남산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깊은 고민으로 지역의 특수성은 살리고 물리적 불균형은 좁혀갈 수 있는 사람, 셋째 갈등의 골이 깊은 해군기지건설 및 4.3에 대해 개인적 이념을 떠나 진정성을 가지고 치유에 앞장설 수 있는 사람, 넷째 선거와 관계없이 역량있는 공무원을 선별하고 전직지사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도민화합을 유도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임 후에도 제주에 살면서 사심 없이 이웃의 경조를 보살피고 도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모범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야 진정한 제주 괸당의 품격을 갖춘 도지사 후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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