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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희(제주국제대교수) |
한동주 서귀포시장이 11월 29일 모 고등학교의 재경동문회 송년행사에서 쏟아낸 발언이 제주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제주신문 12월 2일자 기사 참고).
한동주 서귀포 시장은 발언 반나절만에 직위해제 당하고 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조사에 착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의 요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내년 지방선거에 현도지사가 당선되면 자신도 서귀포 시장을 계속할 수 있다는 발언과 서귀포 시청 공무원의 출신 고교별 숫자가 공개된 점이다.
이것은 매관매직, 공무원 줄 세우기, 조직적인 사전 선거운동으로 해석되어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러나 이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선거를 위해서 마치 동문회가 존재하는 듯 선거 때마다 이용되어 왔다.
여기에 자유로울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동문회 자리에서 마음이 뿌듯한 것은 자신의 모교가 유력 학교임을 확인하고 훌륭한 선배 후배를 접하는 것이다.
비록 자신은 명예를 얻지 못했지만 가장 이름을 날리는 동문과 자신을 동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박한 마음은 동문회를 더 큰 파워 그룹으로 만들기 위해 세를 불려 나가게 된다.
한동주 전서귀포시장의 발언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필자가 일본 유학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일본어 교사가 된 첫 해, 백발의 선배 선생님이 일본에 있는 모교의 동문회에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그 때도 일본 정치가의 망언이 이어져 지금만큼이나 한일관계가 얼어붙은 때였다.
게다가 나라 경제는 IMF 체제였다.
그러나 아무런 핑계를 대지 않고 비싼 항공료를 마다하지 않고 담담하게 동문회에 참석하는 그 선생님을 멋있게 바라본 적이 있다.
인생에서 모교의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선생님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 기억이 남아 있어 필자도 지난 주말 일본에 있는 모교의 동문회에 담담하게 참석하고 돌아왔다.
더구나 학과 창립 50주년 기념 동문회이다 보니 의미가 컸다.
1기생부터 50기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 명함을 뿌리고 음식을 먹는 자리가 아니었다.
관계자의 지루한 인사말 따위도 없었다.
모교의 현직 선생님의 현황보고가 끝나자 강연이 이어졌다.
신문기자를 하는 동문의 국제정세에 대한 리포트,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국제교류에 대한 리포트를 하는 고교 교사의 강연 등. 제일 큰 박수를 받은 것은 학과 내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은 커플을 소개할 때였다.
필자는 박수치는 역할뿐이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같은 학교를 다녔다고 하는 것은 후천적인 DlNA를 일부 공유하는 것이다. 같은 건학이념 아래, 같은 교실, 같은 책상, 같은 교재, 같은 선생님, 같은 급식, 많은 기억들. 개인에게 있어서 이런 요소들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것들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세포의 하나하나가 된다. 동문이라는 것은 형제 그 이상의 관계이다.
형제는 선천적인 것을 공유하지만 동문은 자신이 선택한 정신적 세포를 공유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동문의 의미를 생각하면 동문회의 참된 의미도 드러날 것이다.
이번 한동주 전서귀포시장의 발언 사태를 계기로 하여 진정한 동문회를 만들어 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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