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하다 다친 게 분명한데 왜 산업재해 처리가 안 된다는 겁니까”

박 모씨(55)는 지난 9월 27일께 제주시내 A인력소에서 B기획으로 파견받아 서귀포시 한 공사장에서 사다리에 올라가 천막철거 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지며 부상을 당했다.

갑자기 불어온 돌풍으로 인해 천막에 달려있던 파이프가 박 씨의 머리를 강타했고, 박 씨는 사다리 밑으로 추락해 머리뼈 함몰과 쇄골뼈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노동 과정에서 작업 환경이나 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근로자에게 생긴 신체상의 재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 산업재해보험이 시행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관련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박 씨는 “병원에 입원한 동안 일을 못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우측 쇄골뼈 골절 후유증으로 손을 움직이기 힘들어 퇴원해서도 일을 잘 할 수 없다”며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산업재해 처리를 받고 싶다고 B기획에게 요청했지만, B기획은 산업재해 처리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업재해 가입은 100㎡이상 면적 건축공사나 2000만 원 이상 건축·건설 공사일 경우에는 당연적용이 돼 의무적으로 가입을 해야 하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임의적용이라서 산업재해 보험에 가입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된다.

박 씨 사건의 경우, 당시 시설공사가 2000만 원 미만이었기 때문에 산업재해 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아 산업재해 처리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B기획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씨는 “나는 일을 하다가 다친 게 분명한데 왜 산업재해 처리가 안 된다는 것이냐”며 “법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소규모 일을 하다 다친 근로자들은 대체 어디서 구제받아야 하나”라고 하소연 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박 씨가 병원비나 입원한 동안의 급여, 장애후유로 인한 요양비를 받고 싶다면 B기획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해야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민사소송은 영세한 사업주한테는 불리하다는 게 건설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 한국건설산업 연구위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시공회사의 사업주에게만 안전사고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이 사업주들의 산업재해 은폐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의 사건을 대비해 소규모 공사에도 산업재해보험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차원에서 영세한 사업체에 대한 산업재해보험비 지원과 같은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