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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복 동화작가 |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허리며 무릎이 시린 아줌마들을 위로하는 곳이 유일하게도 목욕탕이다. 그것도 24시 사우나. 하루 종일 귤을 따느라 지친 몸뚱이를 뜨뜻한 물속에 뉘이면 한꺼번에 피로와 설음이 사라진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여자들의 사우나 안 풍경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이건 나 혼자의 생각일 수도 있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일상 일수도 있는데 나는 유난히 이런 광경을 못 견뎌 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
어느 시간부터 모여 드는지는 모르나 사우나 한증막 안에 냉커피 통을 들고 들어오는 사람, 냉수를 한 바가지 들고 들어오는 사람 등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곳에서 주로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소소한 가정 이야기들이다. 남편이 어쩌고 자식이 어쩌고 누구네 집이 어쩌고...그러다 사슴 농장에 가서 사슴피를 먹은 이야기가 나오면 이야기는 절정에 치닫는다.
몸이 따뜻한 열기가 돌 즈음 슬그머니 밖으로 나오는데 밖이라고 다르지 않다. 요플레와 콩가루를 섞어 온 몸에 바르는 사람, 곡물 가루로 만든 팩을 얼굴에 바른 사람, 냉탕에 수건을 풍덩 집어넣어 찬물을 적시는 사람 등 냄새도 냄새지만 지저분하기가 가관이다.
특히 수돗물을 켜 놓은 채 양치질을 하는 사람을 보면 욱한다. 전에 수돗물을 켜 놓은 채 양치를 하는 사람을 보고 슬그머니 수도꼭지를 잠가 버린 적이 있다. 그런데 양치를 하다 말고 나를 흘깃 노려보더니 다시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양치질을 하는 게 아닌가?
“돈 내고 들어 왔어요.”라면서.
아차! 돈을 내고 들어 왔으니 물을 쓰는 것은 자기 마음이다 는 뜻이다.
“아, 예. 저는 쓰지 않은 줄 알고서...”
마음속에서는 물을 아껴 써야죠, 이렇게 틀어 놓고 사용하면 안 되지요. 외치고 있었지만 도저히 입 밖으로 그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예전에 누구처럼 물을 아껴 쓰자며 틀어져 있는 수도꼭지를 잠가버렸다가 목욕탕 안에서 발가벗은 채로 싸움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기겁을 했는데, 내가 혼자 살자는 것도 아닌 이따위 물 좀 아끼자고 발가벗고 다툴 수도 없는 일이고 또 조근 조근 설명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설득 당할 리도 없는 사람이니 굳이 물을 아껴 쓰자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는 내가 용기가 없음이고 늙어 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여름 제주도가 물로 몸살을 앓을 때 공중목욕탕을 하루씩만 쉬게 하여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은 수도꼭지가 자동으로 되어 있어서 그나마 물 낭비를 줄인다하지만 종종 고장 난 자동 절수기를 보면서 아이고 저 아까운 물! 하고 혼자 애를 태운다.
옛날 어른들은 흉년에도 먹다 남은 것이 물이라고 했는데 이제 한국이 물 부족 국가다 보니 참 오지랖 넓게도 후세에 물 부족을 염려하고 있다.
시간이 돈이라면 물도 돈이다
나 혼자 걱정한다고 될 일도 아닌데... 그래도 어쩌랴?
이 시간에도 사우나 안은 아마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 머리를 감거나 양치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터인데 제발 물 좀 아끼는 마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따뜻한 욕조에 지친 몸을 맡기고 쉬다 보면 가정도 사회도 건강해지지 않을까 상상을 하며 물을 아껴 쓰려는 이 땅에 모든 아줌마들을 축복한다. 건강하기를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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