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3> 제거작업 현장 르포

잘려나간 고사목만큼 휑한 민둥산만 남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제주도는 지금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과의 전쟁’ 중이다. 다행인 것은 도내 뿐 아니라 도외 곳곳에서 지원군을 보내준 덕분에 조금씩 ‘재선충병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 도는 재선충병의 매개채인 솔수염하늘소가 우화되기 전인 내년 4월까지 고사목 완전 방제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오전 소나무 재선충병의 가장 극심한 제주시 애월읍 3사업구(빌레못동굴, 더럭분교, 고내봉 일대)를 이곳 책임자인 숲산사산림기술사사무소 정규원 대표와 함께 동행했다.
정 대표는 “여기가 가장 심했던 지역인데, 거의 다 잡았다. 다음주 쯤이면 벌목은 거의 다 끝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애월읍은 350㏊에 달하는 면적이 재선충병 피해를 입었다. 애월 3사업구에는 현재 육지에서 온 산림조합 7개 작업단이 7개 지구로 나눠 우드그랩 20대와 임내차 2대를 투입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방제전략이 새롭게 수립된 이후, 일주도로 아래 해안선 부분은 일반방제단이, 일주도로 윗 부분에는 산림조합에서 온 전문방제단이 투입돼 작업을 진행중이다.

3사업구내에서 가장 작업이 더딘 5지구로 가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휑한 민둥산 뿐이다. 
정 대표는 “이곳은 보면 알겠지만 작업이 끝난 곳”이라며 “처음에 여기 왔을때는 굉장한 곳(피해지)이었다”고 설명했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벌목된 나무들을 집재하는 우드그랩이 한창 작업 중이었다. 정 부회장은 “이곳은 벌목이 다 끝나서 기계로 끄집어 내고 있다”며 “집재된 고사목은 애월 해안가에 있는 큰 공터에서 칩핑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양배추밭을 끼고 있는 곳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방제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로 5지구로 들어가는 길에는 고사목들이 거의 제거된 상태였지만, 밭을 끼고 있는 곳이나 5지구 입구인 빌레못 동굴 근처에서는 울긋불긋한 고사목들을 볼 수 있었다.
정 대표는 “밭 근처에 있는 고사목들을 제거하고 싶어도 주민들의 반대가 너무 극심하다”며 “주민들은 제거해달라고 할 때는 안하다가 이미 소나무가 다 죽고나서 작업하냐고 불만이 많다. 또 지금은 양배추랑 감귤수확 기간이어서 그런지 주민들은 밭에 발도 못붙이게 한다. 일단은 양배추나 감귤수확이 끝나야 작업로를 만들고 제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빌레못 동굴 근처는 제주시와 문화재청에서 본인들이 직접 하겠다며 손도 못대게 한다”며 “대체 언제 제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고사목 제거작업이 한창이다.

5지구는 방제작업이 한창이었다. 한쪽에서는 기계톱소리가 엥- 거렸고, 또 한쪽에서는 우드그랩 소리가 요란했다. 곳곳엔 벌목된 고사목들이 널려있었다.
널브러진 고사목들을 살펴보니 껍질 곳곳에는 1㎝ 정도의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었다. 정 대표는 “이 구멍들이 바로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하면서 탈출한 흔적”이라며 “이놈들이 탈출해서 인근 소나무로 날아가 재선충병을 감염시킨다”고 말했다.

1cm내외의 숭숭 뚫린 구멍들이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해서 탈출한 흔적이다.

재선충과 솔수염하늘소의 ‘공생관계’는 완벽한 순환시스템을 갖고 있다. 솔수염하늘소는 살아있는 소나무에는 들어 갈 수 없고 고사한 소나무에만 들어갈 수 있다. 진득진득한 송진이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의 어린 새순에 재선충을 먼저 보내 고사시킨 후 점령에 나선다. 이로써 ‘재선충 침투→소나무 고사→솔수염하늘소 나무껍질에 산란→솔수염하늘소 몸에 재선충 침입→성충 솔수염하늘소 탈출→다른 소나무로 이동’이라는 기막힌 순환을 거치는 것이다.

제주도는 바닥에 돌이 많고 바람이 많아서 훈증하기는 힘들다. 이것이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하는 4월 전까지 고사목을 다 잘라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이곳은 고사목이 700본 정도 남았다고 한다. 연말까지 1차 방제를 마치고 양배추와 감귤수확이 끝나면 내년 2월까지 2차방제에 들어가서 남아있는 고사목들을 제거할 계획이다.

이제 재선충병 방제작업은 어느정도 성과를 내는 듯 하다. 그러나 눈이나 비가 오지 않는 한 계속되는 이러한 강행군이 계속된다면 최근의 인명사고와 같은 제 3, 4의 사고는 계속 발생할 지 모른다. 또 본격적으로 눈이 오는 계절이 시작되면 방제작업의 속도는 분명 더뎌질 것이다. 방제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하기 전인 내년 4월까지 모든 고사목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나종훈 기자 na@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