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作 '자벌레 보폭으로'

화들짝!

앞섶도 여미지 못한 채로 길을 나선다.

똑바로 걷고 싶으나
아직도 기우뚱거리는 내 오른쪽 어깨가 무섭다.
반쪽의 나를 내려놓지 못한 어리석음을
멀리서,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시인 강은미씨가 '자벌레 보폭으로'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간했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풍경의 역동적인 묘사와 시의 에스프리(esprit 정신 또는 기지(機智)라는 뜻으로, 근대적인 새로운 정신 활동을 이르는 프랑스어, 특히 문학에서는 자유분방한 정신 작용을 이른다.)를 담고 있는 시혼과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의 처녀시집인 '자벌레 보폭으로'는 살면서 만난 대상과 길에서 만난 풍경들을 그리움과 순정, 연민 등을 담고 있다.

또, '달이 한참 야위다'와 '바다의 잠', '감자꽃이 피었네요', 가을 연못' 등의 시를 통해 산과 들, 꽃과 나무 등의 자연 풍경을 녹아냈다.

이어 강씨는 시집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시의 형태에서 일상어와 어법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한남대 김완화 교수는 "제주도의 새벽바다는 겨울, 밤, 달, 바다 썰물 등으로 이어지는 강인한 섬의 미학으로 파도가 쉼없이 바위를 가르고, 절망이 희망쪽으로 다리를 놓듯 눈뜨고 길 잃는 세상, 눈 감고 또 길을 낸다"며, 강씨에 대해 "시단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제주 출생으로 지난 2010년 현대시학 시조부문 신인상에 당선돼 활발한 문단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