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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광언 한국마약범죄학회 제주지회장. |
어른들도 끊기 힘들다는 담배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청소년 흡연은 사회의 핵가족화에 따라 이미 초등학생에게까지 그 유혹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청소년, 심지어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담배의 유혹에 쉽게 빠져 드는가? 관계기관과 교육계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흔히 전문가들은 가정에서의 부모교육이 한계를 드러낸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와도 반겨줄 사람이 없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기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아무에게도 간섭받기 싫다는 반항의식을 가지고 있는 나이이다. 호기심도 왕성하여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어른들만의 영역으로 허용된 ‘금지된 것’들을 접하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다. 반면, 충동적이고 폭발적인 모습 이면에 따뜻한 관심으로 자신을 지도하고 아껴줄 사람을 애타게 갈구하는 것이 이 시기 청소년들의 심리이다. 결국 집 안에서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밖으로 겉돌게 되고 비슷한 사정의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흡연과 같은 잘못된 습관을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6월 제주도 교육청이 도내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흡연실태 조사 결과, 초등학생 1,374명 중 0.6%인 8명이, 중학생은 1,445명 중 3.3%인 44명이, 고등학생은 1,465명 중 18.4%인 270명이 담배를 피운 적이 있거나 현재 피우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생의 약 4분의 1이 이에 해당하고 초등학생들조차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사뭇 충격적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자기 자식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굳게 믿는 부모들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자녀들을 믿는 맹목적인 안심과 무사안일함이 결국은 우리 청소년들을 담배라는 마약의 소굴에 점차 빠져들게 한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내 아이는 아니라고 한껏 부인하기보다는, 설사 아니더라도 자녀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한편으로는 엄격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자기 자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부모가 흡연을 하는 가정이라면, 먼저 금연하는 모습을 보여 솔선수범할 수 있다면 좋겠다. 부모가 흡연에 대해 관대하면 자녀 또한 흡연의 위해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보다 유연한 자세로 흡연습관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청소년 흡연의 뿌리는 1차적으로 가정에서의 부모 흡연, 2차적으로 학교에서의 일부 선생님들의 흡연, 3차적으로는 사회 일반적인 어른들의 흡연과 TV·영화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한 흡연장면에서까지 그 근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청소년 흡연은 개인적인 손해도 크지만 사회적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그 원인도 다양하게 찾을 수 있으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의 다면적인 관심이 모두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흡연의 위험성과 폐해를 주지시키는 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일부 몰지각한 상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따뜻한 관심과 부모의 솔선수범이 아닐까 한다. 청소년기 자녀들은 육체가 성숙하여 어른처럼 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불완전하여 논리적인 설득이나 엄한 경고도 때로는 잘 먹혀들지 않고 오직 그들을 위하는 사랑만이 교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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