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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
노사분쟁에 대한 조정과 판정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제주지방노동위원회가 갈수록 제 기능을 잃고 있다. 중앙과의 긴밀한 정보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조정담당조사관의 전문성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 준사법적 기관인 지방노동위원회가 자칫 외톨이 단순 행정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당초 고용노동부장관 소속 하에 있었다. 그런데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도특별법 규정에 의해 도지사 소속으로 이관됐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다른 지역과 달리 유일하게 중앙으로부터 독립된 지자체 소속 기관이 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노사 간의 이익 및 권리분쟁을 신속하게 다루는 준사법적 성격의 행정기관이다. 그래서 노사분쟁에 대한 조정과 판정기능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업무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등 3자 합의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중앙조직에서 벗어난 지방기관으로 독립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무국 인사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사무국 인원은 위원장, 사무국장, 조사관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원을 보면 지방별정 2급 위원장 1명, 지방행정 5급 사무국장 1명, 지방행정 6급 및 7급인 조사관 6명(사무직 1명 포함) 등이다.
노동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조사관이다. 조사관은 노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이나 판정에 있어 기초가 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수합해 분석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조사관은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노사분쟁에 대한 쟁점을 잘 이해하고 접근하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또한 이런 자료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노사분쟁 당사자들과 오랜 기간 쌓아 온 깊은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기존에는 국가직 노동전문 공무원들이 조사관직을 맡아왔다. 그런데 제주지방노동위원회가 제주도지사 소속으로 이관된 지 7년이 지나면서 기존의 조사관들 가운데 4명은 승진, 퇴임 등으로 떠나고 현재는 2명만 남아있다. 그리고 빈자리는 모두 일반 행정공무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전문성과 신뢰성을 요하는 조사업무가 일정 시간 교육을 받은 일반 행정공무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조사관 직무 또한 행정공무원들이 잠시 왔다가는 자리로 전락함은 물론 반복되고 있다. 때로는 정년퇴임을 앞둔 공무원이 업무를 맡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조사관이 갖춰야 할 깊은 지식과 전문성, 노사와의 신뢰 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또한 기관의 독립은 중앙과의 긴밀한 정보교류에 있어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소속 하에서는 중앙과 긴밀한 업무교류가 있었다. 종합 기획업무에서부터 사소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원활하게 이뤄졌다. 그런데 현재는 국가직이 아닌 지방직 공무원으로 채워지면서 기본적인 수준의 정보만 교류되고 있을 뿐 긴밀한 관계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중앙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이나 행·재정적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최근 제주경실련이 실시한 노사 간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운영체제로서는 문제점이 많아 노동위원회의 조직 및 기능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방노동위원회가 노사관계의 중추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제주형 조직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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