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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自然)을 위하여
김광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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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7  17: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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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렬 시인
만족이란 어휘가 있다. 우리가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만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일체의 번잡한 것들에서 벗어나 내 안에 어떤 영성을 지닐 수 있다면 만족의 샘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감각하되 맑은 빛으로 감각하고, 나를 느끼되 청아한 이슬처럼 느낀다면 어떤 불만족도 나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만족이니 불만족이니 하는 관념마저 초탈한 초월자의 삶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를 그렇게 조용히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정치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하더라도 마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재선충 문제만 해도 그렇다. 결과만 놓고 가정하기가 좀 뭣하지만, 대체적으로 도민들은 사전에 미리 손을 썼다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했으리라는 견해들을 내놓는다. 처음 이상 현상이 발생했을 때 심각성을 예측하고 진정성 있는 방제 작업등을 펼쳤다면 그렇게 많은 소나무가 고사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에 더하여 환경 정책은 더욱 우리를 경악케 한다. 이 제주 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것만이 아니다. 조상들이 힘들여 가꾼 땅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듯이 우리는 또한 후손들에게 잘 갈무리하여 물려줄 의무가 있다. 가급적이면 최상의 자연 상태를 보전하여 계승해주어야 마땅하다. 왜?, 후손들도 그들 나름대로 심사숙고하면서 이 땅을 의미 있게 가꾸어나갈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도정은 무엇이 그리 다급한지 지금, 모든 것을 다 갈아엎겠다는 투다. 열악한 도(道)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인가? 혹, 개발을 업적 쌓기의 훌륭한 성과물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알 수 없는 다른 내밀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가?

자연 속으로 가보면,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인공물이 들어선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떤 훌륭한 혜안과 선견지명이 낳은 결과인지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개발은 필요악으로 무조건적인 반대가 능사는 아니나, 졸속 개발은 당연히 지양해야 옳다. 한 예로, 최근 송악산 일대의 개발 계획은 여러 중차대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그 중에는 개발이 인근 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감도 없지 않으나, 외지 자본에 이용만 당하고 흉물로 변할지도 모른다든지, 더 나아가서는 남 배 불리는 장사일 뿐 아니라, 자칫 먼 훗날 유사시에 정치적으로 악용 당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도 있다. 한낱 기우(杞憂)일까.

우리 옛 사람들 생활체험이 잘 묻어나는 속담으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는 말이 있다. 또 이와는 달리, ‘돌다리도 두드려 보면서 건너야한다.’는 말도 있다. 긍정과 부정, 찬성과 반대라는 두 갈래 여론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편견에 치우친 무분별한 개발은 분명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머지않은 날, 그 폐해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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