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시인

며칠 전 가방 끈이 떨어졌다. 비싼 가방은 아니지만 편하게 들고 다니던 것이라 버리기도 아깝고해서 가방 수선하는 집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답은 버리라는 것이었다. 어렵게 꿰맬 수는 있겠지만 수선비가 우선 비싸고, 볼품도 없어진다는 이유였다. 편하게 들고다니던 가방인데, 버리기는 아까웠다. 무엇보다도 내 추억이 묻어있는 가방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수선 가게 몇 군데를 더 돌아다녀 겨우 수선을 할 수 있었다. 가방 두 개를 수선하는 데 치른 값은 오 천원이다. 얼마나 기쁘든지 보는 사람마다 자랑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뭐가 그리 기쁘냐는 반문이다. 예기치 않은 반응에 마음이 못내 섭섭했다.

인터넷을 켜면 바탕에 깔린 화면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게 상품 광고다. “마감임박”, “단독세일”, “명품할인”이라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마음이 순간 움직이는 유혹을 얼마나 많이 느끼는지 매사가 나를 시험하려든다. 하지만 꾹 참고 광고 클릭하는 것을 자제한다. 얼마 전부터 나는 느리게 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슬로우라이프 슬로우푸드’가 인류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얻은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