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어떤 도시와 주고받는 사랑은 흔히 은밀한 사랑이다."
- 길모퉁이 돌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바다 어떤 햇빛의 무게, 인종(人種)의 아름다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 거리낌 없이 주어진 풍성한 선물 속에는 더욱 은밀한 향기가 담겨 있다.’
알제의 여름날들 중 카뮈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 여름 우리가 다녀왔던 섬에도 비릿한 바람과 달디 단(조금은 다른) 은밀한 향기(?)가 코끝에 스미고 햇볕은 날카롭게 살갗을 뚫었다. 발 딛는 곳마다 장난감을 사 달라 조르던 예전의 내 아이처럼 땡볕은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애써 햇볕을 피하려 하면 할수록 얼굴은 붉게 감쌌다. 그래서 아예 온 몸을 햇볕에 맡겼다.
이곳으로 찾아 들어갈 때는 새로운 호기심에, 그래도 어느 정도 배의 흔들림은 참을 수 있었다. 일정을 마치고 다시 나올 때가 문제였다. 풍랑주의보가 내려 혹시나 했는데 그 예감처럼 배를 타자마자 롤링이 시작되었다. 파도보다 더 한 높이로 좌우 사방을 뒤흔드는 것이다. 사람들의 함성이 울리고 나 역시 방심하던 차에 덤으로 산 참조기 꾸러미 앞으로 쓰러졌다.
여태껏 경험 못해본 배의 항로. 앉은 자세로 잠시 동안은 온 몸에 힘을 주어 안간힘으로 버텼다. 몸이 경직되고 심장은 떨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흔들림에 몸을 맡기라 했다. 그랬다. 요동치는 배 안에서의 행동강령은 몸을 풀어 맡기는 일이었다. 함께 흘러갔다. 그래서 한 시간 십 여분, 아니 생각엔 그보다 더한 시간을 그렇게 지나친 것 같다. 요동치는 배의 흐름에 맡겼더니 진정되었다.
가끔씩은 본의 아니게 흐름에 역행한다. 단체에서도 그렇고 작은 모임에서도 내 의지가 아니라는 판단에 그럴 때가 있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다. 여럿이 하는 일에 저만 돌출된 행동은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카드섹션에서의 혼자 틀려버린, 일부러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문양을, 글자를, 멀리서 본다면 그 심정이 오죽하랴 싶다.
지난 여름 찾아들었던 곳에서 열심히 사는 분들과 그을린 아름다움의 활기찬 섬을 보았다. 햇볕 속에서 오히려 가슴이 확 트였다. 그렇게 더위를 몸에 배이게 한 여름은 무한정 흘러갔다. 잠시지만 파도의 풍랑에도 몸을 맡기지 않았는가.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억지힘을 쓰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수월했다.
드센 파도에 몸을 맡겼던 자신감이 설령 배 안에서이긴 하지만 용기 백배 해졌다. 그렇게 어떤 일도 마찬가지이다.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렇게 편안하다. 더군다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 흐름에 맡긴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느덧 뉘엿해진 볕살이 완연한 가을이다. 그렇게 바뀐다. 계절의 흐르고 있다.
그 흐름을 거역 하지 못한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