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폐암 등 담배에 따른 질환자의 진료비를 환수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였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 분담방식을 논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반갑게 환영한다.
우리는 이제까지 흡연을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시켜 왔었다.

그러나 흡연으로 인한 폐해들이 알려지면서 흡연자의 흡연권보다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우선시하여 흡연을 규제하는 여러 정책들이 마련되고 시행되었다.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고 금연구역지정은 점점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담배값인상논란은 흡연자들의 설 자리를 점점 좁혀들여가고 있다. 그러나 흡연으로 인한 폐암 후두암등의 진료손실액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인이 부담해야만 하는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1999년과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흡연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하여 각각 대법원과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요즘 뜨거운 영화 「변호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에 맞서 계란은 바위를 넘어 살아 남는다! 그러나 일개인이 거대조직인 담배회사를 상대하기란 참으로 버거운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조직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니 이 아니 반가운가!

건강보험공단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흡연자 130만명을 19년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흡연자의 암발생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2.9-6.5배나 높았고, 남성의 경우는 후두암의 79%가 흡연이 원인이었고 폐암은 71.7% 식도암은 63.9%가 흡연으로 발생하였다고 한다.

여성 역시 후두암의 23.3%가 흡연의 영향을 받았다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2011년도에 발생한 의료손실액은 자그만치 1조 7000억에 달하고 2011년 전체 지출 진료비 46조원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 국민이 납부하는 한 달 보험료는 2011년 8월 기준 1조 9000억, 건강보험적용이 안되고 있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차액을 보험적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각각 1조3000억 원 1조원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의 의료비가 흡연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당 354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이미 내고 있다.

비흡연자들 또한 매 달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서 1조 7000억의 의료손실액의 부담을 나눠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담배판매 수익을 가져가는 담배회사는 어떤가? 담배갑에 새겨놓은 경고문구 몇 줄로 흡연의 개인의 선택이니 그에 따른 결과 또한 개인의 책임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무에서 비켜나 있는 것은 아닌 지 묻고 싶다

담배로 인한 폐해를 공공의 영역에서 줄이기 한 위란 적으로 는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주정부가 나서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260조원의 배상액으로 합의가 이루어졌고 캐나다는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을 제정하여 20학3년 5월 온타리오주에서 약 53조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한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금연구역확대나 금연캠페인 등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자세가 아쉽다. 그래서 더욱 더 건강보험공단의 소송과정과 그 결과가 주시된다. 그리고 소송과 연계하여 담배사업자의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용에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여야 한다.

이를테면 ‘담배규제 및 흡연피해구제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을 만들어 매 년 담배사업자 수익의 일정부분을 「흡연치료기금」으로 조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에서 흡연으로 인한 치료비용을 사용하고 이후 이 비용을 「흡연치료기금」에서 보전받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의 공공선을 이루기 위한 기업들의 사회적 책무는 막중하다.

그 엄중한 책무를 먼저 자각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에 담배회사와 더 나아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 책무로 응답하길 바란다.<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