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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
갑을관계 이슈를 촉발시켰던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횡포 사태가 많은 이슈를 남기면서 20개월 만에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책임 당사자인 김웅 대표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시정조치를 받고도 ‘밀어내기’를 계속한 본사에 대해서는 1억2천만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124억여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만연했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개선대책도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정상적인 판매가 곤란한 유제품을 대리점에 공급할 수 없도록 했다.
대리점이 주문한 제품내역을 업체가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판촉비용을 강제로 부담시키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한 대금 결제방식도 대리점의 주문량과 공급량, 산정금액을 확인한 뒤에 지급이 이뤄지도록 했다.
남양유업의 불공정한 횡포는 지금부터 20개월 전인 2012년 5월 제주경실련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던 현안이다. 성명을 통해 남양유업의 유기농우유 강매행위 중단, 명절 떡값 명목의 금품수수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촉구했다.
그런데 당시 도내 일부 남양유업 대리점들은 업체의 사주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이런 사실이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런 항의는 곧 업체의 치부를 감추려는 의도였음이 드러나게 된다.
그 후 1년만인 2013년 5월에 업체 직원의 욕설횡포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강매행위 불법 여부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조사가 진행된다.
국회 차원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다. 부도덕한 회사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 또한 거세지면서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대된다.
그리고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수면 밑에 잠겨 있던 ‘갑’과 ‘을’의 주종관계에 대한 문제점으로 확대된다.
약자인 ‘을’의 억울함이 중소기업, 중소상공인, 영세 유통업자, 자영업자, 가맹점, 대리점을 가릴 것 없이 곳곳에서 물밀듯이 터져 나왔다.
힘없는 ‘을’은 경제적 보복 등이 두려워 ‘갑’의 횡포에 어쩔 수 없이 순종의 입장에 끌려 다녀도 하소연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당하고 있었다.
결국 ‘갑’의 횡포에 속수무책인 ‘을’은 서서히 빚투성이로 전락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렇듯 남양유업 사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뻗어있던 불공정거래관행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또한 업주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챙기는 부도덕한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국민 정서를 통해 강력한 징벌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생과 협력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는 착한기업으로 변신해야 함을 각인시켰다.
특히 제주지역 산업구조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주종관계에 의한 ‘갑’의 횡포에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심화되고 있는 부의 양극화 속에서 이런 문제는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제주도 당국에서는 사전에 이런 문제들을 점검하고 해소할 수 있는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불공정 계약이나 피해사례 등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파악 및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갑’과 ‘을’의 주종관계를 대등하고 상생적인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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