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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태 이학박사·화산지질학 전공 |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예술의 원천이다. 예술의 원천인 물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만들어 낸다.
영주십경(瀛州十景)의 제1경이자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은 거대한 성의 모습을 닮아 성산(城山)이라 불렀었고 해 뜨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의미가 더해져 지금은 성산일출봉(城山日出峰)이라 부르고 있다.
예로부터 해 뜨는 장면은 영주십경 중 첫 번째로 꼽히며, 지난 해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 든 탐방객 수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높이 180m의 성산일출봉(Seongsan Ilchulbong Tuff Cone)은 약 5천 년 전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수성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응회구이다.
지하에서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와 물이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분출된 화산재가 쌓여 일출봉을 형성하였다.
바닷바람과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드러난 지층을 통해 화산폭발 당시 형성된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제주 해안에서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성산일출봉외에도 수성화산체인 우도의 소머리오름, 성산읍의 두산봉, 대정읍의 송악산, 한경면의 수월봉과 당산봉 그리고 도두동의 도두봉의 경우, 화산폭발 당시 화산재가 물기를 머금은 상태에서 퇴적이 되었고 이후에 굳어지면서 방사상(放射狀)의 절리(節理)를 만들게 된다.
이들 수성화산체는 해안가에 분포하고 있는 관계로 풍화·침식이 가속화 되면서 절리면을 따라 암석이 떨어져 나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만들어 내게 됨으로써 마치 왕관과 같은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화산폭발 당시 수성화산체가 만들어질 때 화산재가 물을 머금은 상태였기 때문에 퇴적층이 쉽게 흘러내리지 않아 급한 경사면을 이루었고 화산재의 크기가 서로 달라 만들어지는 층리와 층리 사이의 경계면인 층리는 고결도와 접착력이 낮아 쉽게 떨어져 나감으로써 성산일출봉에 아흔아홉봉이라 일컬어지는 기암괴석이 왕관을 방불케하여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어 왔다.
하지만 성산일출봉의 기암괴석이 일출봉을 찾아 온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은 탐방로의 정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하산길을 개장하였으며, 하산길은 암석의 물리적 풍화(mechanical weathering)와 화학적 풍화(chemical weathering)가 많이 일어나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로 기암괴석들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 기암괴석 사이의 하산길에 안전데크를 설치하였다.
암석의 물리적 풍화는 암석을 작은 조각으로 부숨으로써 화학적 풍화를 받는 표면적을 증가시키게 한다.
자연적으로 동파, 중량제거에 의한 팽창, 생물의 활동과 같은 중요한 물리적 과정들이 암석을 작은 덩어리로 부수게 된다.
암석의 화학적 풍화는 원소들을 제거하거나 첨가함으로써 광물의 내부구조를 변화시키고 원소의 이동을 통해 원암은 지표 조건에 안정한 물질로 변해가면서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연출하게 된다.
성산일출봉 분화구내에 내린 강수(降水)와 성산일출봉이 왕관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게 한 성산일출봉의 깎아지른 듯한 외벽에 부딪힌 바닷물은 제주의 성산일출봉을 세계의 성산일출봉으로 탈바꿈 시켜 놓아 세계인의 성산일출봉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에 와서는 강수와 바닷물을 함유한 바닷바람이 세계자연유산을 위협하고 있으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일출봉을 탐방하고자 하는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정책개발도 중요하지만 제주를 찾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한 안전관리시스템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성산일출봉을 형성하고 있는 기암괴석 중 붕괴나 붕락이 예상되는 지점에 절리계를 부착하고 이를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러한 안전관리시스템은 성산일출봉만의 문제가 아니라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해안가의 주요 수성화산체와 산방산 등 탐방객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지점에 서둘러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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