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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렬 시인 |
한겨울에도 꽃은 피어난다.
얼른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동백꽃, 수선화, 그리고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 등이다.
물론 그 밖에도 훨씬 많은 꽃들이 있지만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꽃 하나를 더 보태자면 그것은 바로 눈꽃이다.
꽃은 꽃이라는 그 한 마디 이름 때문에도 가슴 설레고 아름답다.
속성까지 안다면 더욱 감성은 풍부해지고 섬세해지고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의 눈물샘까지 자극하여 명징한 순백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리라.
지금 겨울 한라산은 눈꽃들의 잔치다.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려쌓였으면 무게를 이기진 못한 나뭇가지가 우지끈, 하는 소리를 낼까.
한껏 눈이 쏟아져 내리다 때마침 반짝 돋아난 햇살에 은비늘처럼 반짝거리는 눈꽃들이 숨 막힐 듯하다.
송이송이 핀 눈꽃들이 바람에 사르르 나부끼며 하늘하늘 내려앉는 모습이 천상의 선녀 같다.
어디를 둘러봐도 눈과 눈꽃들 뿐, 너와 나의 경계가 없다. 무장무애요 무념무상의 경지다.
이곳에서 어디 싸움이 있고 아귀다툼이 있고 아수라가 있겠는가.
삶에 지친 마음을 잠시 뉘이고 싶어서, 이남(以南)의 최고봉을 밟아보고 싶어서, 인생 반전을 설계하기 위해서 등등의 목적으로 사람들은 한라산을 특히, 겨울 한라산을 찾는지 모른다.
그렇게 철새처럼 찾아들었는데 아, 눈이라니 눈꽃 핀 모습이라니 사람들은 한라산의 겨울 풍광에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만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눈밭에 흠뻑 빠져든다.
그렇게 눈 세상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동안 눈 마음이 된다.
닫혀 있는 마음보다는 열린 세상 쪽으로 눈과 귀와 코 등, 오감이 트인다. 내 텅 빈 마음의 백짓장에 얼마든지 당신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런데 왜 당신은 그것을 거부하고 싸움만 생각하는가.
하나의 나라가 다른 나라를 강탈하는 것은 눈꽃 세상의 섭리가 아니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사죄하지 않았다. 사죄는커녕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 든다고 했던가.
2014년 1월 19일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 공식적인 개관을 했다.
이를 겨냥하여 일본 관방장관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 몰아붙였다.
거기에다 최근 아베 총리는 한술 더 떴다.
사전적으로 테러리스트란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목적을 위해서 계획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만 재단한다면, 일면 주장에 대한 그럴 듯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면, 원인을 제공한 주범이자 진범은 진정 누구인가.
여러 문제들에 대해 그들은 사안의 인과성을 고려치 않은 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칼질하고 왜곡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가만히 있는 사람을 누가 저격하겠는가.
타당한 이유 없이 ‘묻지 마’식 폭력이나 살인행위를 저질렀다면 그것은 백번 천 번 온당하지 못하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여러 면에서 정황이 다르다.
그것을 간추려 말한다면, 당시 이토 히로부미(일제)가 먼저 안중근(한국)을 쏘았기(강탈했기) 때문에 안중근 의사가 방어적 · 심정적 차원에서, 또는 빼앗긴 것(한국)을 되찾기 위해서 반응한 대의적인 거사(擧事)다. 오히려 호전적인 테러집단은 누구인가 되묻고 싶다.
안중근 의사는 결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한겨울에 피어난 아름다운 사람 꽃이다.
아무리 적대적 관계라지만 세상에, 목숨 바쳐 정의를 구현한 의인에게 그런 불온한 언사가 어디 타탕하기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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