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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
지난달 26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해녀 102명의 생애사를 담은 보고서 ‘숨비질 베왕 놈주지 아녀’를 발간하였다. (본지 2014년 2월 27일자 보도 참조)
이 보고서는 해녀 개인 일생을 통해서 그녀들의 살아온 제주사회와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해 놓은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보고서는 식민지 시대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경제사, 문화사, 수산업사, 여성사에 이르기까지 제주학의 모든 소재를 포괄하고 있다. 사회학으로서의 역사는 건조하게 전달되지만 개인의 삶을 통한 역사적 사건은 눈물 젖은 사연으로 전달된다.
비양도 해녀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감태 공출량을 맞추느라고 밤낮으로 감태 작업에 시달렸다고 하였다.
제주시 건입동 출신 해녀의 농사지은 것을 일본이 공출로 다 받아가서 제주 사람들은 굶었다고 하는 회고에서 일본의 수탈을 짐작할 수 있다.
동복리 출신 해녀는 4·3사건 때 마을이 불바다가 되었고 산에 숨어살다가 토벌대에 들켜 경찰서로 잡혀 들어가 아버지와 두 오빠가 총살당해 식구 중에는 여자만 살아남았다고 하였다.
북촌에서 태어난 해녀는 4·3사건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개가해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이 동네 해녀들은 다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였다. 평대리 출신의 한 해녀는 밤에 보초를 서면서 시계가 없던 시절이라 새끼줄에 불을 지펴서 타들어가는 길이를 보면서 시간을 재었다고 하였다. 또 마을에 남자가 없어서 여자들이 영장을 매는 일도 있었다고 하였다.
15세에 4·3사건을 겪은 한 해녀는 작은 오빠가 농업학교 학생이었는데 폭도 주동자로 낙인찍혀 큰오빠가 총살당하고 가족 모두 주재소에 갇히게 되었다고 하였다. ‘빨갱이 가족’이 된 이 해녀는 평생 시집을 가지 못했다고 하였다.
1950년에 출가물질을 나갔던 해녀들은 육지바다에서 6·25사변을 만났다. 특히 강원도 지방으로 갔던 해녀들은 걸어서 부산까지 와서 배를 얻어 타고 제주로 돌아왔다. 두달간 걷기만 해서 다리가 쇠가 되었다고 하였다. 고산리의 해녀는 인민군에게 배운 인민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바다를 둘러싼 각 어촌계의 어장싸움, 양어장이 들어서면서 보상금을 둘러싼 법정싸움, 1980년대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따른 항만공사로 바다를 잃게 된 한림 잠수회와 서귀포 잠수회의 생존 투쟁을 통하여 제주의 현대사가 드러난다. 해녀들의 구술에 의해 되살아난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이 보고서의 조사방법은 해녀의 생존 수단이었던 ‘물질’을 중심으로 하여 해녀를 조명함으로써 개인의 삶에 드러난 역사성과 사회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조사방법은 해녀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제줏사람의 생애를 통해서도 이를 뛰어넘는 조사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주의 농부의 일생을 통해서도 각 마을의 마을사, 제주의 경제사 등이 드러날 것이다. 어떤 개론서보다도 더 쉽게 제주사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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