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최근 사상 최대의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인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는 기관마다 정보관리에 허점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노출된 정보는 제3자에 의해 악용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당국에서는 보호대책 마련에 분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정보 취득자의 이용여부에 따라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은 금융거래로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사법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은 또 다른 보복범죄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 사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2차 정보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고 이런 2차 피해, 즉 범죄신고자나 공익제보자 정보노출에 의한 보복피해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상이나 보호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제도나 법이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어 공익제보 등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공익제보를 할 경우 묵시적 정보노출 등을 통해 따돌림 당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을 제정해 공익제보자 등을 보호하고 있다. 이 법은 특정범죄에 관한 범죄신고자 등이나 그 친족 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형사절차에서 안심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그 범죄신고자 등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범죄신고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제보·고발·사건조서나 서류를 작성할 때 성명·연령·주소·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 대신 다른 이름으로 작성할 수 있는 가명제보·고발·조서 등을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미뤄 신원을 안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했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두 번째는 익명의 신원으로 고발 등이 이뤄졌을 때 신고자 조사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는 범죄신고자 보좌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좌인은 변호사를 둘 수 있으며 범죄신고자 등을 위해 해당 사건의 수사·공판 과정에서 동행하거나 조언하는 등 필요한 조력을 할 수 있다.

또한 검찰청은 그동안 공소장에 기재돼 왔던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직업·근무처 등 각종 신상정보를 삭제하는 등 피해자 신상정보 보호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즉 체포·구속 통지 때 범죄사실의 피해자 신상정보 관련 부분을 삭제하고 가명조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명조사 작성·관리지침’을 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이용한 보복범죄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양형기준을 무겁게 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물론 지나친 피해자 보호 위주의 조서작성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가명조서가 작성될 경우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피해자와의 합의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또는 범죄 장소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을 경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은 여러 가지 내부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범죄신고자나 피해자의 신상정보 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제주지역에서도 최근 공익신고자 신상을 보호하기 위한 익명 고발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더욱 강화되고 활성화돼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