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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리 제주관광대학교 교수 |
지난 겨울 육지부 특히 영동과 영남지방에 폭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봤었다.
눈이 내려 바깥에 나갈 수 없는 경우에는 눈이 한없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제자가 취업을 위한 실습 때문에 강원도에 잠시 머물렀는데, ‘레포트를 제출 해야하나’ 눈으로 인해 아예 교통이 마비되어 우편물조차 보낼수 없는 처지에 처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니 그쪽 주민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남쪽의 제주도가 한층 감사히 여겨졌다.
모 방송사의 군대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역 사병이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하는걸 보고 한편으로의 공감과 함께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눈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좋은 것 나쁜 것 가리지 않고 덮어버린다.
또한 눈은 좋고 나쁨을 떠나 사람을 들뜨게도 하고 차분하게도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이웃나라 일본 아베정권의 후쿠시마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이야기가 타국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말도 안 되는 법규를 만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일본의 수산물, 공산품 등 수입 거절을 한 상황인데도 거기에 더하여 독도와 위안부에 대한 망언들을 보면 그들에게는 곧 녹아내려 모든 것이 드러날 것 임에도 나쁜 것을 덮어주는 고마운 눈일 것이고, 권력욕심에 국민을 호도하여 진짜와 가짜를 구별 못하게 말장난 하는 사람들에게는 곧 녹아내려 모든 치부를 노출시켜 버리는 나쁜 눈일 수 도 있다.
봄이 오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포근함, 생동감 그리고 희망이라고 느낀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가끔 스치는 따스함의 부드러운 바람결은 움츠렸던 마음에 기를 채워 줄 것만 같은 착각에 잠시나마 행복에 빠지게 한다.
지난 주말에 시댁 정원에서 지난해 살았던 낙엽과 마른 잔디의 시들은 풀잎들을 한곁으로 치워보며, 아! 옛날에는 이것들을 태우며 지난해를 돌아보곤 했었는데 하는 생각과 지금은 낙엽마저 마음대로 태우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마음 한편이 서러워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낙엽을 태우면 커피 볶는 냄새가 난다는 글을 보고 학교 교정의 낙엽 태우는 냄새가 커피냄새인줄 알았던 순수함이 그립기도 하다.
전에는 떨어져 쌓인 낙엽들과 누렇게 시들어버린 들판의 풀들을 보면 나름 낭만적이기도 하고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드는 건 지금의 내 자신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매년 신입생들을 맞고 학기 초에 대학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하고 긴장된 자세와 순수함으로 초롱초롱한 눈을 가친 입학생들을 마주 대할 때마다 이 친구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을 많은 무언가를 가득 안겨 보내야 할 텐데 라는 생각과 한편, 이 아이들이 낙엽이 지저분하다고 느낄 때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 보기도 하면서 다음 세대들을 위해 뭔가 해줘야 되겠다는 약간은 무거운 기대감도 가져본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의 긍정이 부정이 되고 부정이 긍정이 되는 것이 인간사에 자연스러운 것인가 보다.
낙엽과 마른 풀들이 있기에 새순과 새싹이 자라나고 눈에 덮였던 모든 것들이 따스한 햇살에 모습을 드러내듯이.
늦봄에 있을 선거에 정말, 진짜, 참으로 자신을 비우고 모든걸 내려놓고 오직 제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당선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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