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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 |
왠 뜬금없는 질문이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2012년도에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제주도의 일반인 119명(남성 73명, 여성 46명, 연령은 20대부터 60대까지)을 상대로 곶자왈에 대하여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여러 질문 중에 첫 질문이 이것이었다. “귀하는 제주도 내 곶자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라는 질문에 119명중 105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 중 20대는 20명의 대상자 중 7명(35%)이나 모른다고 하였다.
제주도민이라면 곶자왈(‘곶’ 이든, ‘자왈’이든) 이란 명칭은 누구나 알고 있을 거라고 판단했었지만, 뉴스에도 심심찮게 나오는 곶자왈이지만, 제주도의 젊은 세대에게는 특히 도심지의 젊은이들에게는 외지인에게처럼 생소한 단어인가 보다. 조사를 진행한 우리로서도 자못 의외의 결과였다.
곶자왈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동안 수행되었던 많은 연구들의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희귀동식물자원의 보고이자, 제주도의 수원함양 및 탄소흡수원 역할, 귀중한 인문·사회·문화자원 등의 전통지식을 함유하고 있다.
곶자왈은 잘 보전하여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며,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곶자왈의 가치를 발굴하는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나 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하지만, 우리의 후배들이 곶자왈이 무언인지조차 모르고, 관심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매우 희귀하고 소장가치가 높은 서적을 갖고 있건만, 그 가치를 모르는 자식들은 일반 서적인 양 생각하고 책장 한 켠에 꽂아두었다가 봄맞이 대청소를 하거나 이사할 때 버릴지도 모른다. 곶자왈의 참 가치와 소중함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곶자왈은 선배들이 떠넘기는 짐이 되지나 않을는지.
제주도민이 아닌 외지인에게는 어떨까. 공항에서 나오는 관광객들에게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어본다면 곶자왈은 몇 번째 순위가 될까. 한라산, 올레길, 해녀, 밀감,.... 제주사람들이 아니라면 곶자왈은 저 뒤쪽에서 나올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니 나올 수도 있다.
2012년 WCC(세계자연보전총회)의 지역형 의제로 선정되었건만, 곶자왈의 제주만의 브랜드가 아닌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되려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을 걷기 열풍에 휩쓸게 했던 올레길에 비해 곶자왈은 아직 제주사람 들만의 언어이다.
제주의 곶자왈을 대한민국과 세계에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우선 대한민국의 브랜드만으로라도 자리잡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큰 길과 집을 연결하는 좁은 골목이라는 ‘올레’는 의미는 조금 변화되었지만, 제주를 특징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고 사랑하는 이름이다.
걷기 열풍과 올레길이 때맞은 시기에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이룬 것처럼, 곶자왈도 그 무언가의 콘텐츠와 결합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찾도록 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 것이다. 희귀조류나 반딧불 체험, 용암길과 용암동굴 걷기, 문화유적과 관련된 탐방, 숲 걷기와 치유 등 개발할 수 있는 콘텐츠의 주제는 곶자왈의 가치만큼이나 다양하다.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곶자왈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곶자왈은 한마디로 이것이다’ 라고 할 수 있는 일반적 정의(definition)가 필요하다. “곶은 제주말로 숲이고 자왈은 …… ”이렇게 설명하다보면 곶자왈이란 단어에 호기심을 보였던 사람들도 흥미가 반감되어 버린다.
예를 들어 “곶자왈은 제주도에 있는 용암숲을 의미한다”라는 것처럼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말하는 이나 듣는 이 모두에게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학술적·전문가적 정의는 해당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문제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곶자왈은 제주도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아직 제주도란 공간적 영역을 뛰어넘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도 먼 것 같다. 우리 젊은이들이 곶자왈을 잘 알 수 있도록, 소중한 유산임을 알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알 수 있도록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알려야 한다. 곶자왈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유와 목적을, 제주인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갖게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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