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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길 시인 |
4월이 갑니다. 하는 일도 없이 괜히 바쁜 척 후닥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벌써 4월의 봄날도 며칠 안 남기고 넘어가는가 싶습니다.
<후닥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달이 4월입니다.
웬만하면 달력장을 안보고 지내려고 작정했는데 곁에서 잔소리꾼인 아내가 자꾸 날짜를 물어 옵니다. 산 너머 성안에 살고 있는 손자들이 보고 싶은가 봅니다. 주말의 날짜를 짚어보는 할머니가 된 아내의 손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꽃잔치로 들썩거리던 4월의 거리와 올레 마당, 들판에서 이제는 후덥한 바람까지 불어오면서 <봄>이란 계절은 <여름>에게 바통을 넘기려고 마지막 혼력을 다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조병화(趙炳華)님의 시 <목련화>에서,<황홀한 화관(花冠)에/4월은 오쟎은 기다림을 주어놓고 아름다운 것은 지네 지네>라고 아쉬운 감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봄은 황홀하게 피다말다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요. 아직 우리들의 마음은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못 다한 붉은 사연이 남아있는데 말입니다.
계절의 감각도 이제 분명하지 않습니다. 봄과 여름의 경계가 애매하고, 겨울인가 하면 봄 같고, 봄 날씨인가 하면 여름 한 철만큼 고온이 되는 변덕스러운 기상 때문에 계절의 구분이 헛갈립니다.
과거에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농사의 시기를 중시해왔기 때문에 절기에 맞춰 세시풍속의 절도를 지키기에 게으름이 없었습니다.
생활의 변화를 계절에 따라 순응하는 자연인의 삶을 누려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주과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절기를 무시하고 자연환경 훼손으로 인해 일기 변화까지도 인위적으로 바꾸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계절인들 심술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아무려나, 이제 4월이 넘어가는 요즈음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을 정도로 날씨가 후덥지근해졌습니다. 햇살이 따갑다는 느낌이 듭니다. 꽃들의 낙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나무들이 초록 잎새로 덮여갑니다.
4월은 사랑의 달입니다.
4월을 뜻하는 April은 Aprill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사랑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면 동반되는 사촌어들이 있습니다. 용서와 화해라는 상생을 뜻하는 단어들입니다.
올해 제주의 4월은 바로 용서와 화해의 달이었습니다. 제주 섬의 암흑의 역사가 빛의 역사로 전환되는 <4·3 국가추념일>이 시행된 첫해가 되는 달이었습니다.
<갈등을 넘어 상생과 화합>으로 그동안 무거운 하늘을 짊어지고 구천을 떠돌던 4·3 영령들이 그나마 올해는 한(恨)이 풀리기 시작하고 위무(慰撫)를 받으며 66년간의 아픔을 달래는 4월이었습니다. 이제 제주는 진정 평화의 섬이 되어갈 것입니다.
4월을 보내며 부디 이제부터 용서와 화해의 상생이 이루어져 충만한 봄의 기운으로 가득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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